IMF체제 여파로 국내 백화점들이 지난해에 비해 20-30%의 매출감소를
보이고 있다.

상당수 지방백화점들은 이를 못견디고 부도를 내거나 대형백화점에 합병,
또는 위탁경영되는 지경이다.

설상가상으로 외국계 초대형 유통업체들이 한국에 속속 무혈 입성하고 있다.

이제 국내 유통업계의 유일한 생존수단은 세계적 수준의 품질과 서비스를
정착시키는 것 뿐이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 유통업체인 현대백화점이 유통업체로서는 국내 최초로
ISO9002 인증을 받은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는 국내 유통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ISO9002는 경영책임 품질시스템 계약검토 설계관리 문서관리 구매
고객지급률관리 부적합품관리 보관 포장 등의 항목에 대한 종합적 인증이다.

다른 ISO인증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국내 유통업체가 ISO인증을 받으려는 것은 유통업의 수준을 세계적 기준에
맞추려는 시도다.

내실있는 운영시스템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의
산물이기도 하다.

업종은 다르지만 미국 제록스사는 ISO인증 없는 납품업체들로부터는 부품을
공급받지 않는다.

건설업체도 ISO인증이 없으면 국제입찰에 참여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

국내 유통업계에도 ISO인증이 당연시 되는 날이 금방 다가온다는 얘기다.

특히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는 싼 금리, 오랜 전통의 노하우, 체질화된
서비스, 세계 최저가격 등을 앞세우고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 유통업계는 우왕좌왕할 시간이 없다.

이른 시일내에 세계적 수준의 자주적 머천다이징, 제조업과의 전략적
제휴(제판동맹), 고품질 저가격의 슈퍼밸류전략 등으로 무장해야 한다.

경영자와 전체 직원들이 하나로 단결하고 핵심역량을 모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변명식 < 장안대 유통경영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