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곧 법률이요, 명령이며, 정관 그 자체였다"

지난해 덕성여대 공채 총장에 채용됐다가 7개월만에 자진사퇴한 김용래
전 서울시장의 대학재단에 대한 경험담이다.

사상 처음으로 "퇴출"운명에 처한 광주예술대와 한려대.

실질적 오너인 이홍하씨는 친인척과 측근을 통해 "학교집단"(대학4,
고교3)을 통치해왔다.

친동생이 한려대 학원이사장, 동서가 2개 고교(대광여고.옥천여상)이사장이
었다.

동생 부인도 3개 학교법인의 이사였다.

대학 재단의 족벌체제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꼭두각시" 이사들을 겉에 내세워 놓고 뒤에서 조정하는 "인형극"을 벌여온
것이다.

비리와 학내분규가 들끓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외국어대는 이사장의 조카 박승준씨가 재단이사를 맡아 사실상
"지배주주" 행세를 해왔다.

수억원의 공금을 횡령하고 교직원 인사를 마음대로 주물렀다.

청주대 서원대 경산대 등도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재단비리 의혹으로 학내분규를 겪고 있는 대학만 전국적으로 10여개가
넘는다.

문제가 드러나 교육부에서 임시이사(관선이사)를 파견한 대학만 9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대학까지 합치면 수십개에 이를 것으로
대학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대학재단의 경우 인사.예산권 등 "지배주주"로서의 권한은 마음껏 휘둘러
왔지만 막상 교육에 대한 책임.의무에는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을 소유물로, 수익업체로 이용했다.

공금 유용은 다반사였고 그러다 보니 사립대 부채가 2조4천억원에 이르게
됐다.

대학 재단의 중요성은 정 반대의 사례로도 쉽게 알수 있다.

아주대-대우그룹, 성균관대-삼성그룹, 포항공대-포항제철 관계가
모델케이스.

재단의 후원을 바탕으로 대학개혁을 선도하고 있다.

학교운영이나 교수임용 등에 대한 잡음이 없다.

96년 12월 성균관대를 인수한 삼성그룹은 지난해 5백억원 가량을 학교에
지원했다.

경제난속에서도 학교발전을 위해 5백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힘힙어 의과대학건물(수원 자연과학캠퍼스)이 연내 준공되고 6백주년
기념관.종합강의동(서울 캠퍼스)도 내년말 완공된다.

다른 대학에 앞서 내년부터 대학원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도
든든한 재단이 뒤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

대우그룹은 70년대 후반 아주공과대학을 인수, 20여년간 4천억원을
투입했다.

아주대의 경쟁력을 크게 키워놓았다.

학사운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학교 내부에서 오히려 "들인 돈에 비해 너무 관심이 없다"는 "행복한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포항공대는 포항제철의 지원으로 자립한 경우.

포철을 재단으로 지난 86년 12월 개교했다가 94년에 재단에서 분리.독립
했다.

분리 당시 3천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지금도 포철은 연구프로젝트의 상당부분을 포항공대에 맡기는 등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를 키워놓고 자립기반까지 마련해준 셈이다.

대학 분규가 생기면 학생 교수(교직원) 학교당국(재단)간 이해관계가 달라
의견조율이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기구나 교육당국의 중재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이 비리 대학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전국 3백40여개 대학 가운데 지난해 교육부 감사를 받은 곳은 21개.

올들어 지난 8월까지는 6개 대학만 감사를 받았다.

작년 감사실적 기준으로 전국의 모든 대학을 감사하려면 16년이 걸리는
셈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학재단은 족벌로 이루어져 있으며 친인척이
요직은 물론 교수 자리까지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