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선진 7개국(G7)이 내놓은 공동성명은 이달초 열렸던 G7 재무장관회담
에서의 논의사항을 보다 구체화한 후속조치라 할 수 있다.

이와함께 새로운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주사의 성격도 띠고 있다.

즉,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세를 보호하자는 의도다.

실제로 최근의 국제금융시장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수주째 1백10엔대에서 움직이고 있고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증시도 큰 요동이 없었다.

아시아의 금융시장도 그런대로 괜찮은 모습이고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불안요소였던 브라질과 러시아도 경제개혁 조치를 내놓았다.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도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 G7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금융시장의 교란요인을 차단
하는데 비중을 두었다.

새로운 융자제도(NAB: New Arrangements to Borrow) 설치를 비롯 <>투기성
단기자본이동에 대한 규제 <>국제금융시스템 개편 등이 그것이다.

<> 신융자제도 =이번 G7 공동성명의 핵심은 신융자제도의 도입이다.

신융자제도의 도입으로 국제통화기금의 재원은 최근 이루어진 쿼터증액을
포함, 9백억달러가 늘어나게 됐다.

신융자제도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이달초 제안했던 내용으로 기존의
IMF 자금지원이 사후적 조치에 그치는 점을 보완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다시말해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나는 국가에 신속히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위기발생과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대신 이 자금은 기존의 IMF 자금에 비해 금리가 높고 만기도 짧게 설정될
전망이다.

정말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국가만 요청하도록 한다는게 그 취지다.

금리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6%포인트 정도를 가산한 수준이고 만기는
8~10년정도로 예상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브라질이 그 첫 지원대상국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융자제도는 특히 기존의 IMF 지원자금과 달리 민간 금융기관도 참여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이는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에 민간금융기관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의도로
보인다.

<> 단기자본이동 규제 =이번 성명에서 또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G7이
신흥시장 국가들의 단기자본이동 규제에 공식적으로 지지를 표했다는 점이다.

이는 자본이동 규제를 백안시해온 선진국, 특히 미국의 입장이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선진국들은 그동안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단기자본 이동을 규제하는데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선진국들이 이처럼 입장을 전환한 데에는 롱텀캐피털(LTCM) 등 헤지펀드들
의 잇따른 경영위기가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사카키바라 일본 대장성 차관도 이날 "미국이 주도해온 글로벌 캐피털리즘은
전환점에 섰다"며 헤지펀드들의 위기가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시장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고 지적하고 금융시장에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G7은 토빈세 부과 등 직접적인 규제방식에는 여전히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간접적인 규제가 취해질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헤지펀드에 대한 대형 투자은행들의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과
헤지펀드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 국제금융 시스템 개편 =G7 정상들은 성명문에서 "점차 상호연계성이
높아지는 세계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21세기에 대비한 새로운 금융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곧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돼온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개편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따라 IMF의 운용내역을 철저히 공개하고 사전적인 예방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국제금융 감시기구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으나 IMF의 기능보완을
통해 국제금융 상황에 대한 감시시스템을 강화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