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북한 김정일 총비서겸 국방위원장이
만나 금강산개발사업을 비롯한 남북경협사업에 관해 광범한 합의를
이뤄냈다는 소식은 낭보중의 낭보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망이후 처음으로 남한기업인을 면담하고, 그것도 정명예회장
일행의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를 직접 찾아와 45분간이나 여러가지 협력사업을
논의한 것은 파격적이고 역사적인 만남이다.

더구나 정 명예회장은 고향을 이북에 둔 실향민으로써 한국 최고의 부를
일궈낸 80대 중반의 노기업인이다. 그런 그가 그동안 간직해온 남북교류에
대한 불굴의 집념을 불태워왔기 때문에 이같은 쾌거도 이룰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더욱 감명깊게 받아들인다.

또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정명예회장과 김 국방위원장의 만남이 우리정부의
소위 햇볕정책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할수 있는 여지도 있어 우리의 대북포용
정책이 서서히 결실을 맺어가는게 아니냐는 관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하고 싶다.

우리는 이번 면담에서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완전한 합의는 물론 북한유전
공동개발과 서해안 공단조성사업, 자동차조립공장건설 등 광범한 분야의
협력에 합의를 이뤄냄으로써 남북교류와 경협의 물꼬가 활짝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교류의 상징적 사업이라할수 있는 금강산관광개발사업을 현대측이
본격적으로 추진키로하고 우선 2일부터 관광객모집에 들어가 오는 18일 첫
배를 출항시킬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그러나 남북경협은 우리의 희망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지나친 낙관과 조급함은 금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 명예회장과
김 국방위원장의 합의사항도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액면그대로 받아
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없지않다. 예컨대 새로운 현안으로 부각된 북한산
원유도입만 해도 북한의 원유매장량이 얼마나 되고 경제성은 충분한지 등은
좀더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이런 때 일수록 모든 상황을 재점검하고 다지는 차분한 자세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경협의 물꼬가 트였다해서 모든 기업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과당경쟁이 이뤄진다면 실질적인 협력은 진척되지도 못한채 혼란만
초래할 위험이 있다. 더구나 남북관계의 불가측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항상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 명예회장의 1차방북이 성사된뒤 느닷없는
북한 무장잠수정 침투사건으로 2차방북이 진통을 겪었던 전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남북한 정부당국도 이번 합의사항이 남북한간의 신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수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만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정부차원의 지원조치가 강구해야만 남북경협이 성공적으로
추진될수 있다. 이제는 북한측도 당국간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적극
나서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