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30일 저녁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과 북한의 최고실력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동은 남북간 본격적인 경제시대를 열 역사적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과거 대북사업을 추진했던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현대는 남북 최고 권력층
의 확고한 지지와 보장하에 대북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완벽한 모양새를
갖췄다.

특히 향후 중공업을 중심으로 국가경제를 재건하려는 북한은 "정주영.김정일
면담"을 통해 경제개발의 파트너로 현대를 선택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측도 이제 한국의 협조없이는 경제재건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당분간을 현대그룹을 축으로 진행되겠지만 남북간의 경협사업
이 본궤도에 오를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현대와 북한측이 합의한 사업이 남북간의 엄청난 물적, 인적교류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현대의 대북사업은 경제외적인 면에서도 향후 남북관계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남북관계 전반의 질적인 변화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대와 북한측의 경협사업 합의는 대북사업에 관한한 현대의 독주시대가
시작됐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대목이다.

정부도 통일그룹의 금강산 쾌속선 관광사업에 대해 허가를 유보함으로써
이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현대가 추진하고 있는 금강산개발, 유전개발, 서해 공단조성사업
등은 면담을 계기로 예상보다 빨리 가시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한 최고권력자의 의지를 확인한 북측이 이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달려들 것이라는 점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정주영.김정일 면담"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명예회장과 소떼의 방북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과 이같은 메시지를 모를리 없는 김정일이 정 명예회장과 면담한 것
자체가 향후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중요한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주영.김정일 면담"은 또 국내 일각에서 제기하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고 햇볕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민간 경협의 확대를 바란다는 북한 최고위층의 의중을 분명히
확인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