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합병을 결의하기 위해 지난 31일 열린 장기신용은행
임시주주총회.

오세종 행장의 개회선언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었다.

은행측은 우리사주조합쪽으로 제출된 소액주주의 위임장을 집계하지 않은채
출석주식수를 서둘러 발표했다.

유일한 안건이었던 합병결의안은 제대로 상정되지도 않았다.

오 행장은 오후4시반 합병안건을 기습적으로 표결에 부치면서 서둘러
통과를 선언했다.

찬성하는 주주가 얼마나 되는지 반대주식수는 몇 주인지에 대한 확인작업은
생략됐다.

폐회선언은 노조측이 오 행장을 에워싸는 바람에 들리지 않았다.

주총이 끝났다고 하면서도 오 행장과 경영진은 밤 12시가 넘도록 주총장을
떠나지 않았다.

소액주주의 대표로 나선 노조측의 행동은 어땠는가.

기습통과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던 노조는 한때 출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임시의장을 선출해 밤늦도록 소액주주들만의 주총을 진행하기도 했다.

합병결의 통과를 원천무효로 규정하면서도 주총무효소송 등 법적인 절차를
진행시키겠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그저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

합병결의가 통과됐다고하는 경영진측은 마지막 주총을 이렇게 진행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결의무효를 선언한 노조도 "합병은행은 비전이 있다"며 "앞으로는 인사나
복리후생 등 실무적인 문제에 전념하겠다"고 물러섰다.

양측이 왜 14시간이상 그렇게 대치했는지 알 수 없는, 정말 이상한
주총이었다.

허귀식 < 경제부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