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주총회.
오세종 행장의 개회선언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었다.
은행측은 우리사주조합쪽으로 제출된 소액주주의 위임장을 집계하지 않은채
출석주식수를 서둘러 발표했다.
유일한 안건이었던 합병결의안은 제대로 상정되지도 않았다.
오 행장은 오후4시반 합병안건을 기습적으로 표결에 부치면서 서둘러
통과를 선언했다.
찬성하는 주주가 얼마나 되는지 반대주식수는 몇 주인지에 대한 확인작업은
생략됐다.
폐회선언은 노조측이 오 행장을 에워싸는 바람에 들리지 않았다.
주총이 끝났다고 하면서도 오 행장과 경영진은 밤 12시가 넘도록 주총장을
떠나지 않았다.
소액주주의 대표로 나선 노조측의 행동은 어땠는가.
기습통과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던 노조는 한때 출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임시의장을 선출해 밤늦도록 소액주주들만의 주총을 진행하기도 했다.
합병결의 통과를 원천무효로 규정하면서도 주총무효소송 등 법적인 절차를
진행시키겠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그저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
합병결의가 통과됐다고하는 경영진측은 마지막 주총을 이렇게 진행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결의무효를 선언한 노조도 "합병은행은 비전이 있다"며 "앞으로는 인사나
복리후생 등 실무적인 문제에 전념하겠다"고 물러섰다.
양측이 왜 14시간이상 그렇게 대치했는지 알 수 없는, 정말 이상한
주총이었다.
허귀식 < 경제부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