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튜너를 생산하는 태봉전자는 최근 대우증권을 통해 회사채를
발행했다.

발행총액은 20억원.

중소기업인 이 회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무보증이었다.

지금까지 중소기업들도 회사채를 많이 발행하긴 했으나 무보증은 무척
드문 일.

지난해 매출액이 1백15억원에 지나지 않는 작은 기업임에도 과감히 무보증
사채로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태봉전자는 한국신용평가의 신용등급이 B급에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억원에
불과했음에도 직접금융 시장에 문을 두드렸던 것.

올들어 태봉전자처럼 중소기업들도 과감하게 회사채발행을 통해 경영을
호전시키려는 시도가 부쩍 느는 추세다.

지난 24일 창호및 목재제품을 만드는 이건산업도 무보증으로 회사채를
발행, 자금조달에 나섰다.

이 회사도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대신증권을 통해 총 80억원규모의 회사채
를 발행했다.

이건산업은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감퇴와 퇴직금지급증가, 차입금상환
등을 위해 이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이 회사의 신용평가는 BB급임에도 2년 만기 일시상환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 자금조달에 숨통을 터놓은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보증을 받아 회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도 급격히 늘고 있다.

건설기계및 장비를 생산하는 대정기계도 최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보증사채를 발행했다.

이 회사는 송전철탑 건설용 크레인제조및 화력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 건설
등의 주문을 소화해 내기 위해 대우증권을 통해 1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
자금을 확보했다.

영상음향 전문업체인 극광전기도 비슷한 케이스.

이 회사도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받아 1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

이처럼 사채발행을 통해 돈을 확보하면 배당압력이나 경영권침해에 대한
위험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상환기간이 2년뒤로 확정돼있어 자금계획을 세우기가 수월하다.

회사채의 이자지급액은 세무상 손금으로 처리되는 것도 상당히 큰 메리트.

이같은 이점을 활용키 위해 그동안 벤처캐피털을 이용하려던 중소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회사채 발행으로 돌아서는 경향을 보인다.

때문에 지금까지 5대그룹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뎐 회사채발행시장이
차츰 중견.중소기업의 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8월 5대그룹의 회사채발행 비중은 전체의 86.7%였으나 10월들어선
68.9%로 줄어들었다.

반면 5대그룹이외 기업들의 발행은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이제 회사채발행을 통한 돈조달이 중소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경영기법이
돼가는 셈이다.

< 이치구 전문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