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성능은 곧 "피사체를 얼마나 현실감있게 묘사하느냐"와 "눈으로
볼수 없는 각도까지 담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카메라의 기술은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으며
최근 주목할만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미국 표준과학기술원(NIST) 연구진이 고안한 "렌즈사이에
액체를 채운 카메라"와 벨 연구소가 만들어낸 "3백60도 파노라마 카메라"다.

<> 렌즈사이에 액체를 채운 카메라

NIST의 물리학자 에드 켈리박사는 평판 디스플레이에 관한 연구를 위해
빛을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러나 기존 카메라로는 사용한 렌즈에 따라 측정치가 아주 다르게
나왔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바로 눈의 원리를 이용한 것.

인간의 눈에는 각막과 시각신호를 뇌로 전달해주는 기능을 하는
망막사이에 투명한 액체가 채워져 있다.

인간이 바로 앞의 물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도 초점을 자동으로
조절, 선명하게 볼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액체 덕분이다.

이에반해 카메라의 경우 렌즈와 광센서(피사체를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하는 실리콘 칩) 사이에는 공기외엔 아무것도 없다.

켈리박사는 카메라를 아래로 향하게 한 후 렌즈와 광센서 사이에 오일을
채워 넣었다.

카메라를 눈의 원리와 가장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빛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체를 찍었을 경우 선명도가
기존 카메라보다 10배정도 뛰어났다.

카메라에서 흔히 발생하는 굴절현상도 말끔히 사라졌다.

켈리박사는 이 카메라 기술을 곧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미 몇몇 카메라 제조업체들로부터 상품화 제의를 받아놓은 상태다.

켈리박사는 상용화 과정에서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오일 대신
액체 실리콘을 사용하기로 했다.

오일에 들어있는 불순물에 의한 빛의 진행 방해 현상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또 액체가 광센서 칩을 손상시키는 것을 막기위해 광센서주위를 얇은
막으로 코팅하기로 했다.

<> 3백60도를 보여주는 파노라마 카메라

미국 벨연구소는 최근 3백60도 전체를 보여줄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했다.

이 카메라는 동영상을 담는 웹 카메라로 PC용 화상입력기와 비슷한 원리를
사용한게 특징이다.

이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와는 달리 렌즈가 위쪽을 향한다.

위에는 주위 피사체와 수평각도로 된 거울이 달려있다.

따라서 카메라는 60도로 회전하며 거울에 반사된 피사체를 촬영한다.

이렇게 해서 촬영된 피사체의 각 부분을 나란히 연결, 하나의 사진을
만든다.

이 카메라는 또 기존 카메라처럼 피사체의 상을 화학적 신호로 처리,
필름 형태로 남기는 게 아니라 전기신호를 통해 영상으로 남기는 CCD
(전하결합소자:Charge-coupled Device)방식을 사용한다.

이 웹 카메라는 미국 대중가수인 데이비드 보비의 연주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보여주는 데 처음 사용됐다.

사용자들은 인터넷에서 원하는 각도를 마음대로 선택해 보비의 연주장면을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볼수 있게 된다.

이 카메라의 해상도는 보통의 파노라마식 카메라보다 10배정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벨연구소는 이번에 개발한 카메라 기술을 상용화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3백60도 파노라마 카메라는 치과의료용이나 특수촬영용으로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