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까리귤라"(알베르 까뮈 작, 채윤일
연출)는 난해한 편이다.

가볍게 웃어 넘길수 있는 연극이 주를 이루는 요즘 연극가에선 보기 드물게
진지한 작품이다.

인간의 "행복"에 대한 열망과 극복할수 없는 인간조건 사이에서 싹트는
삶의 부조리에 대한 인식을 까뮈의 철학적 언어속에서 끄집어내야하는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광기와 기행으로 잘 알려진 로마의 폭군 까리귤라.

까리귤라는 자신의 동생이며 정부였던 드리쥬라의 죽음을 보고 "인간은
죽는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를 깨닫는 순간까지 거짓에 둘러싸여 살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진실속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는 부조리한 삶에 대항하기 위해 절대권력을 이용, 하늘의 달과 같이
가질수 없는 것을 얻으려한다.

운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자유의 상징인 신의 위치에 올려
놓고 광기어린 폭력을 휘두른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파멸을 예견하며 그 파멸을 향해 돌진하려고 의식적으로
몸부림친다.

결국 삶의 무가치함을 부인하는 차가운 이성의 대변자인 시인 케레아에
의해 살해당한다.

연출을 맡은 채윤일은 "까리귤라는 까뮈가 히틀러란 인물을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그 세태는 요즘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며 "작품 초반에
드러나는 황금만능 인명경시 성도덕의 타락상이 우리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혼란상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학철 최화순 박지일 전수환 이창직 등 출연.

12월27일까지 화~목 오후 7시, 금~일 오후 3시, 7시(월 쉼).

사랑티켓 참가작품.

334-5915.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