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사태를 전후하여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들의 대한투자가 다시
늘어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소식은 더없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외국인들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마련돼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최근 동향은 외자유치를 핵심적인 정책과제로 내세운
한국으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외국인투자 종합상담실은 얼마전과는 달리 미국 일본인들로 열기가 넘치고
있다고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 굴지의 다국적기업 총수들이 최근 잇달아
한국을 찾고 있는 것도 일찍이 볼수 없었던 현상이다.

지난달에만도 미국 GE, 필립모리스, P&G,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회장
등이 한국을 방문해 투자의향을 밝히고 돌아간데 이어 브리티시텔레콤의
회장과 스웨덴 발전설비업체 ABB,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사장 등이 조만간
방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세계적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직접 내한하고 있다는 것은
외국인 투자패턴의 변화를 점칠수 있게 해준다. 단기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자본과 인수.합병(M&A) 브로커들이 활개를 쳤던 것이 올해 초반의
양상이었다면 최근에는 민영화를 앞둔 공기업을 중점대상으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대규모 전략투자를 꾀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전략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장래에 어느정도 신뢰를 갖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와튼경제연구소 등
경제분석기관들이 내년에는 한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 것을 봐도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는
개선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질"을 실제투자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투자환경의 개선 등 세심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의 경제개혁과 제도개선 노력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면서
투자여건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기까지는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다. 무엇보다도 투자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제도와 절차를 보다 과감하게 간소화해야 하며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하루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또 기업회계기준의 투명성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일도 늦출수 없는 과제이다. 외국인 투자를
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국제자본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볼 때 우리가
여건만 제대로 갖춘다면 투자유치의 호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껏
외국인들이 투자를 기피해온 이유를 보다 면밀히 분석, 철저한 대응책을
세우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만이 모처럼의 호기를 살리는 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