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축구팀"

동아건설 축구부에 붙여진 별명이다.

우리 축구부가 매주 토요일에 뛰는 시간은 3시간 가량.

보통사람은 1시간만 뛰어도 기진맥진하는데 회원들은 끄떡없다.

마지막 1분도 더 뛰고 싶어 안달이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주말경기를 "철인경기"라고 얘기한다.

회사 동료들은 "미친사람들"이라고 애교섞인 농담을 던진다.

"축구를 얼마나 사랑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동아건설 축구부는 지난 92년 9월에 창단됐다.

현재 회원은 40명.

토요일이면 25~30명의 회원들이 그라운드에 모인다.

"토요일=축구하는 날"로 완전히 자리잡은 것이다.

물론 주말마다 남편과 아빠를 그라운드에 뺏기는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쩍 좋아진 남편의 체력을 확인하고 나면 이런 원망은 눈녹듯
사라진다.

오히려 아내들이 더 권장하고 나선다.

요즘처럼 직장생활이 힘든 IMF시대에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털고 건강을
다지니 더 바랄 게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축구부의 대외전적은 24승 1무 1패.

실로 경이적인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어디서 그런 실력이 나오는지...

그러나 회원들 면면을 살펴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터미네이터란 별명의 강영일 대리, 대포알슛이 장기인 원준용 대리, 동아의
"야신"이라 불리는 골키퍼 이계형 대리, 만능 포지션맨 신기성 대리,
철벽수비 민병욱 등등.

동아건설 축구부의 자랑이다.

이밖에 주장을 맡고 있는 골잡이 김홍출 과장, 날쌘돌이 심영섭씨도 빼놓을
수 없다.

결혼을 앞두고도 총무일을 마다 않는 김광빈씨의 노고도 정말 칭찬하고
싶다.

우리 축구부는 창단 때부터 경기 자체보다는 회원들간의 사랑과 관심을
더 중시해 왔다.

이런 가족주의적 운영은 짧은 동아리 역사에도 불구, 사내에서 가장 왕성한
모임으로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지금도 회원들이 경조사와 생일을 맞으면 마치 가족처럼 서로 챙겨주고
있다.

사랑과 믿음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 축구부는 회원들에게 큰 위안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정영교 < 동아건설 인사부 부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