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종의 가상조직(Virtual Organization)은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일정기간 전략적 제휴를 맺는
형태와 기존 업체에 임시 계약직으로 고용되는 형태다.

이러한 가상조직은 이벤트 광고 프로그래머 캐릭터디자이너 여행 등의
업종에서 두드러진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까지 이들 업종에선 작은 회사라도 각 분야별로
일정한 정규 고용인력을 갖추고 있었다.

일이 없는 평상시에도 통상 정규 임금근로자가 10명을 넘었다.

때문에 비효율적인 조직과 인건비 부담으로 생산성이 떨어졌다.

그러나 IMF이후 극심한 불황과 대량해고로 인해 이들 업종에선 조직슬림화가
한창이다.

아울러 해고된 인력들이 프리랜서(자유계약자)로 독립, 고용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다.

우선 첫번째 가상조직 유형은 대형 전시회를 준비중인 경원기획을 예로
들수 있다.

최근 서로 다른 회사에서 명퇴한 베테랑 이벤트기획자들이 이번 행사만을
위해 모인 곳이다.

이 조직에서 메인기획자와 팀장(홍보광고 부대행사 부수업무) 등 4명이
주축멤버다.

하지만 행사준비가 본격화되면서 조직은 아메바처럼 불어난다.

각 팀장들은 해당분야에서 단독으로 업무진행을 책임지고 필요하면 하청
계약도 맺는다.

따라서 공식적인 회사조직은 없다.

단지 조직명칭을 공유하면서 분야별 업무만 분장할 뿐이다.

가령 부대행사팀장은 패스트푸드(먹거리) 캐릭터상품(살거리) 쇼(볼거리) 등
크게 3분야를 포괄한다.

이 팀장은 10여명의 프리랜서, 30~40여명의 시간제근로자, 40여개 외주업체
등과 계약을 맺는다.

계약기간과 임금(Commision)은 모두 다르다.

이러한 개별계약을 통해 2백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프리랜서들은 각각의 업무가 종료되면 계약이 끝난다.

혼자 또는 2~3명 단위로 움직이는 프리랜서들은 기동성있게 다른 일감을
찾아나선다.

전시회가 최종종료되면 이벤트기획자간의 제휴도 끝나고 경원기획은 자동
해체된다.

결과적으로 경원기획은 행사기간동안 이벤트기획자 4명을 비롯 프리랜서들을
한데 묶는 가상조직 역할을 한다.

두번째 유형은 기존 업체가 수주한 프로젝트에 프리랜서들이 임시 계약직
으로 참여하는 경우다.

최근 광고대행사중엔 기존 부서들을 팀장과 2~3명의 팀원 수준으로 대폭
줄이는 곳이 많다.

불황을 넘기 위한 감량경영의 일환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이름있는 대행사를 찾게 되고 이 경우 대행사
는 프리랜서로 활동중인 광고기획자에게 하청을 준다.

광고제작을 맡은 기획자는 PD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 프리랜서들로
독립적인 팀을 구성하지만 외형적으론 대행사내의 한 팀으로 활동한다.

광고가 완성되면 처음 수주한 광고대행사 이름으로 납품되고 수익을 나눠
갖는다.

광고대행사가 프리랜서팀의 가상조직이 되는 대표적인 예다.

이 팀도 일이 끝나면 없어진다.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