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경상학회(회장 안춘식.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에서 "경제위기하의 한.일 기업구조조정의 기본
정책 방향"이란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열었다.

한일경상학회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 경영 통상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적인
학회.

일본 동아시아 경제경영학회와 협력, 격년제로 양국에서 학술대회를 개최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일본 호주의 관계 재계 학계 관련인사들이 대거 참가,
한국기업의 경영현실을 조명하고 정책대안을 모색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기조연설 내용을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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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금융위기와 한국기업 구조변화 ]

손병두 < 전경련 상근부회장 >

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인은 경영시스템의 실패로 볼수 있다.

아시아 기업들은 유럽에 비해 회계 및 정보 투명성이 결여되고, 기업 및
시장의 평가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이 발달할 수 없었고 금융시장 내에 도덕적 해이
(모럴 해저드)가 만연, 부실을 심화시켰다.

또 과도한 정부 개입과 경직적인 정책운영은 시장참가자의 모럴 해저드를
조장해 고비용.저효율 경제를 초래했다.

아울러 동아시아는 시장평가기능이 취약한 가운데 연고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특성에 따라 전문가 양성과 지식산업 발전을 꾀하지 못했다.

결국 필연적으로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이같은 문제인식을 갖고 역량을 총결집,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중 기업개혁은 지난 1월13일 대통령과 그룹 회장단간에 합의한 5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업들이 99년 회계연도부터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고 기조실과 회장실 등
그룹차원의 경영조직은 대부분 해체해 이사회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또 전경련은 지난 8월10일 "구조조정 특별팀(태스크포스)을 구성, 7개
업종의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핵심역량
집중과 재무구조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같은 사업구조조정 추진이후 대산석유화학 단지의 경우는 일본 미쓰이로
부터 20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됐다.

또 철도차량과 항공기 등의 경우 세계 메이저들로부터 투자상담이 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에는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기업들이 국제수준에 맞게 기업경영을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와 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혁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의 상황을 보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보다는 특정 경제주체만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입지만을 강화하려는 기도가 사회 곳곳에서 감지
되고 있다.

일부 사회지도층조차 "잘못된 것은 조상 탓"으로 돌리려하는 과거의 타성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IMF체제를 맞게 된 원인이 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와 투명성 문제에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과도한 정부규제와 이로 인한 고비용.저효율 구조, 경직된 노동시장,
경쟁의 부재, 모럴 해저드 만연 등에도 큰 책임이 있다.

한국의 위기극복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와관련, 정부는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디스인센티브를 제거하는 구조조정 환경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전경련이 구조조정특별법의 제정을 건의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기업 구조조정은 고용 자금조달 세금문제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조정 등이
연관돼 있어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제도가 미비하거나 제약을 받는 경우
원활히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각종 장애요인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일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향후 구조조정 지원에 따르는 합법성과 특혜시비 등을 불식시켜 정책
담당자 및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에 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도 담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