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느끼는 금융 환경은 정부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량기업에 흘러가는 돈 이외에는 대부분 금융기관내에서
돌고 있다"며 "신용이 적다는 이유로 영업이 잘되는 기업까지 금융기관의
대출기피로 돈을 못 빌리면 그게 바로 신용경색"이라고 지적했다.

모그룹 관계자는 "연말까지 금리상승 요인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며
"지금은 신용경색이 해소됐다는 자화자찬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금흐름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꼬집었다.

기업들이 정부의 신용경색 해소 판단에 이렇게 반박하고 있는 것은 지표상
으로 나타난 수치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리가 앞으로 하향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급상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는 탓도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들이 필수불가결한 설비투자도 못하고 있는 상황"
이라며 "일부 기업은 여전히 20~30%의 고리로 돈을 빌어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본원통화공급을 늘려 돈을 풀지 않은 한 금리는 분명히 다시
올라갈 것이란게 회원사들의 반응"이라고 전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도 "평균 대출금리가 낫게 나타난다고 실제로 기업들
이 그 정도에 돈을 빌어쓴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금이 금융기관 안에서 환류함에 따라 콜금리가 하락했고 우량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나 CP가 주로 거래되고 있어 금리수준이 낮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우량대기업이나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 외에는
여전히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대출금 상환 등 금융비용 부담이 줄지 않고 있는 것도 기업들이 신용
경색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는 이유다.

모 중소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금융 비용 부담이 35%이상 늘었다"며
"기존 대출금에 대한 적용금리가 시중금리를 반영하지 못해 당좌금리는 16%
이상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퇴출대상 은행들과 거래하던 기업이나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업체들
의 경우는 신규대출이 여전히 어렵고 기존 대출마저 환수요구를 받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는 기존 대출을 연장할 때도 20~40%는 상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위권 그룹의 재무담당 임원은 "우량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끼어 있는
업체들은 혜택도 없고 지원도 못받고 있다"며 "이런 상태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량 대기업에 돈이 흘러가고 신용좋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가 떨어진다고 해서 금융시장 여건이 금새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라며 "사업성이 높고 성장가능성이 있으면 재무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금융기관들이 대출이 일으켜 줘야 신용경색이 해소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