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놀랐던 것은 BBC방송의 서울 특파원이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6백회나 서울의 뉴스를 런던으로 보냈다는 사실이다.

세계가 얼마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고 샅샅이 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파이낸셜타임스지는 한국 경제에 대해 비판적이기로 유명한 신문이다.

이 신문의 서울 특파원이 좌담회에 나온다고 해서 오늘은 한국 경제에
대해 우울한 이야기만 실컷 듣겠구나 생각했다가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의 전망이 매우 밝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가 특정한 해법을 택해 나간다는 전제아래서다.

그 해법은 과격하고 도전적이었다.

한마디로 은행들을 국유화하고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하고 은행이 대주주
로서 재벌의 경영진들을 능력있는 사람들로 바꾼다는 것이었다.

버튼 특파원이 보기에 결국 한국경제 파탄의 핵심 원인은 별 능력 없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기업을 맡아 경영한 데서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기업을 경영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기까지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의 낙관적인 전망이 한국 정부가 반드시
그런 일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옳든 그르든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도 다소 뜻밖이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포인트는 은행이 국유화되더라도 관치금융의 폐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금융시장의 완전개방, 소액주주 활동의 강화 등이 정부의 힘을 크게 제약할
것이라는 시각은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 전성철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