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성의 정자수도 줄어듭니까"

최근 서울대 호암관에서 열렸던 국제환경호르몬 심포지엄에서 많은
기자들이 물어온 질문이다.

지난 92년 덴마크의 칼센 박사는 1940년부터 1990년까지 50년 동안 발표된
61개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정자숫자가 정액 1ml당 1억1천3백만개에서
6천6백만개로 41.6%나 감소했다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비뇨기과 학회에서도 일본의 테이쿄대학의
오시오씨는 건강한 젊은 자원자 94명의 정액검사를 했더니 이들중 90%가
적어도 한군데 이상의 정액이상 소견을 보였다.

이 연구결과는 일본에 큰 충격을 줬다.

이에 대해 많은 유럽 연구가들은 이런 정자감소 추세는 인정할만 하다고
지지했으나 미국의 학자들은 정액검사 소견이 금욕상태 시기 연령 검사자의
조사방법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수가 많고 편견이 많으므로 신빙성이
적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정자수 감소를 설명해줄 수 있는 대표적인게 "환경호르몬", 보다
정확히는 "내분비 교란물질"이다.

환경호르몬은 환경오염을 일으킬뿐 아니라 동물실험 결과 정자수를
감소시키고 생식기 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국내에서도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사람한테도 위험요소가 많다고 하니까
이제야 비로소 심각성을 깨닫고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에서는 이런 내분비 교란물질에 의한 영향을 직접 증명할수
없기 때문에 오직 정자 숫자에만 의존해 그 심각성을 찾으려 하나 이는
정확한 평가방법이 아니다.

국내에서 영동세브란스병원 삼성제일병원 수도육군통합병원 등에서 최근
수년간 실시했던 정액검사 결과 세계보건기구(WHO)기준에 비춰볼때 세군데
모두 의미있게 정자수가 감소된 적은 없었다.

오히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상기준에 못미치는 원인불명의 과소약정자증
(정자숫자가 적고 운동성이 약함) 또는 무정자증(정액에 정자가 없음),
선천성 성기능장애환자 또는 생식기 기형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다.

이런 질환들은 그동안 원인불명이나 선천성으로 추정해왔으나 내분비
교란물질도 한 원인이 될수 있다는 가정을 해볼수 있다.

환경호르몬의 증가와 그밖의 여러 원인으로 인한 돌연변이의 증가는
갖가지 성기능장애환자를 양산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쩌면 이를 통해 인류는 서서히 적응 또는 진화의 과정을 밟아가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임상에서 선천성 생식기능장애를 보이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환경호르몬이 중요한 원인이 될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장기적인 검토와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