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덩치 클수록 '위기'..'규모의 함정' 초대형은행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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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독점전재 ]
초대형은행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세계에서 덩치가 가장 큰 UBS의 경우 주가가 최근 두달 사이에 반토막 났다.
시티코프 도이체방크 등 다른 거대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시티코프의 제이미 디몬을 비롯 뱅크 아메리카의 데이비드 쿨터 등 최고
경영진들은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속속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11월첫주)에서 "초대형 은행
들이 거대한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업다각화라는 명분에만 매달려 메가머저 등을 통해 경쟁적으로 덩치
불리기에 나섰던 금융기관들이 "규모의 함정"에 빠져 허둥대고 있다는 것.
대형은행들이 곤혹을 치르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금융위기로 아시아 러시아에서 대형손실이 발생한 게 가장 큰 치명타였다.
헤지펀드등의 도산으로 엄청난 돈을 물리기도 했다.
불안정한 금융환경 때문에 돈을 거둬들이는 투자가가 늘면서 투자은행들의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이유만으로는 대형은행들의 경쟁력을 상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대형화된 은행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에 대한 잘못된 기대를 꼽을 수 있다.
제조업체와는 달리 은행은 공장이 없다.
원가절감등 규모의 경제가 누릴 수 있는 잇점이 적다는 뜻이다.
시장주도권은 기업(은행)이 아닌 고객에게 귀속될 수 밖에 없다.
대형업체들이 작지만 전문화된 은행에 밀려 고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티코프는 최근 투자업무분야를 떼어냈다.
영국 내트웨스트도 작년에 투자분야에서 두 손을 들고 일반은행영업에
집중키로 했다.
스페인의 방코 산탄더나 네덜란드의 ING도 마찬가지다.
고도의 서비스로 고객을 사로잡는 특화된 은행들의 저항을 견디지 못해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은 대형은행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은행들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외부 전문금융기관과 연계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미국의 악사은행
같은 경우가 좋은 예다.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모두 취급하려는 "어설픈 공룡"들이 "작지만 매운
고추"를 당하지 못하는 셈이다.
영업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대형은행의 경쟁력 약화에 한몫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미국 대형은행들의 주된 수입원은 영업이 아니었다.
높은 예대마진이나 낮은 대출상각금과 예금자보험료 등에서 짭짤한 이익을
냈다.
하지만 파생상품분야는 얘기가 다르다.
무엇보다 영업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룡은행들은 전문화된 은행보다 발걸음이 느렸다.
미국 대형은행들이 올해 고객에게 판매한 뮤추얼 펀드가 전체 거래규모의
8%밖에 안된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
은행들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영업사원을 늘렸다.
트레블러스는 아예 종업원 2만9천명을 거느린 프리메리카 파이낸셜 서비스
라는 영업회사를 세운 게 대표적 예다.
애시당초 노렸던 대형화를 통한 원가절감이라는 목적은 요원한 일이 됐다.
대형은행들을 압박하는 또다른 요인은 인터넷의 확산.
불과 1~2년전까지만 해도 대출을 받기 위해선 은행의 상담원을 가장 먼저
찾는 게 순서였다.
그러나 요즘은 아니다.
인터넷을 먼저 두드린다.
각 금융기관의 대출조건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나온다.
고객은 은행의 이름이 아닌 상품을 비교해 선택하게 된다.
"브랜드 매니지먼트"의 매력이 상실됐다는 뜻이다.
물론 "대형은행은 곧 부실은행"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버린 것은 아니다.
위기대응능력이 높아지는 등 잇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무조건 큰 게 좋은 것"이라는 공식도 통용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파생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인터넷의 사용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의 추세로 보면 은행의 대형화가 가진 메리트는 점점 적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4일자 ).
초대형은행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세계에서 덩치가 가장 큰 UBS의 경우 주가가 최근 두달 사이에 반토막 났다.
시티코프 도이체방크 등 다른 거대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시티코프의 제이미 디몬을 비롯 뱅크 아메리카의 데이비드 쿨터 등 최고
경영진들은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속속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11월첫주)에서 "초대형 은행
들이 거대한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업다각화라는 명분에만 매달려 메가머저 등을 통해 경쟁적으로 덩치
불리기에 나섰던 금융기관들이 "규모의 함정"에 빠져 허둥대고 있다는 것.
대형은행들이 곤혹을 치르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금융위기로 아시아 러시아에서 대형손실이 발생한 게 가장 큰 치명타였다.
헤지펀드등의 도산으로 엄청난 돈을 물리기도 했다.
불안정한 금융환경 때문에 돈을 거둬들이는 투자가가 늘면서 투자은행들의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이유만으로는 대형은행들의 경쟁력을 상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대형화된 은행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에 대한 잘못된 기대를 꼽을 수 있다.
제조업체와는 달리 은행은 공장이 없다.
원가절감등 규모의 경제가 누릴 수 있는 잇점이 적다는 뜻이다.
시장주도권은 기업(은행)이 아닌 고객에게 귀속될 수 밖에 없다.
대형업체들이 작지만 전문화된 은행에 밀려 고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티코프는 최근 투자업무분야를 떼어냈다.
영국 내트웨스트도 작년에 투자분야에서 두 손을 들고 일반은행영업에
집중키로 했다.
스페인의 방코 산탄더나 네덜란드의 ING도 마찬가지다.
고도의 서비스로 고객을 사로잡는 특화된 은행들의 저항을 견디지 못해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은 대형은행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은행들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외부 전문금융기관과 연계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미국의 악사은행
같은 경우가 좋은 예다.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모두 취급하려는 "어설픈 공룡"들이 "작지만 매운
고추"를 당하지 못하는 셈이다.
영업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대형은행의 경쟁력 약화에 한몫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미국 대형은행들의 주된 수입원은 영업이 아니었다.
높은 예대마진이나 낮은 대출상각금과 예금자보험료 등에서 짭짤한 이익을
냈다.
하지만 파생상품분야는 얘기가 다르다.
무엇보다 영업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룡은행들은 전문화된 은행보다 발걸음이 느렸다.
미국 대형은행들이 올해 고객에게 판매한 뮤추얼 펀드가 전체 거래규모의
8%밖에 안된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
은행들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영업사원을 늘렸다.
트레블러스는 아예 종업원 2만9천명을 거느린 프리메리카 파이낸셜 서비스
라는 영업회사를 세운 게 대표적 예다.
애시당초 노렸던 대형화를 통한 원가절감이라는 목적은 요원한 일이 됐다.
대형은행들을 압박하는 또다른 요인은 인터넷의 확산.
불과 1~2년전까지만 해도 대출을 받기 위해선 은행의 상담원을 가장 먼저
찾는 게 순서였다.
그러나 요즘은 아니다.
인터넷을 먼저 두드린다.
각 금융기관의 대출조건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나온다.
고객은 은행의 이름이 아닌 상품을 비교해 선택하게 된다.
"브랜드 매니지먼트"의 매력이 상실됐다는 뜻이다.
물론 "대형은행은 곧 부실은행"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버린 것은 아니다.
위기대응능력이 높아지는 등 잇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무조건 큰 게 좋은 것"이라는 공식도 통용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파생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인터넷의 사용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의 추세로 보면 은행의 대형화가 가진 메리트는 점점 적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