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주인 찾기"는 상당기간 물 건너가게 됐다.

재정경제부는 "금융발전심의회에서 의견이 분분해 은행의 소유구조 개편을
위한 은행법 개정은 일단 내년초로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0여년간 논란만 벌여온 "은행의 주인찾기"는 역시 제자리 걸음만
되풀이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재경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은행의 주인찾기"가 무산된 가장 큰 원인은
재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탓이다.

정건용 금융정책국장은 "은행의 소유제한을 풀더라도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대주주 자격 등을 크게 강화한다는 방침이었다"며
"그런데도 은행의 소유제한 철폐가 곧바로 재벌의 은행소유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밝혔다.

그는 "금발심 위원중에서도 "오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오해는 "왜 하필 기업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인 지금 기업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느냐"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재경부로선 "괜한 오해를 사가며 은행 소유제한을 이 시점에 철폐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 청와대의 반대도 무시못할 변수였다.

당초 재경부가 은행소유구조 개편을 빠른 템포로 진행하자 김태동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후에도 청와대 쪽에선 재경부의 은행소유구조 개편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지금은 은행의 주인찾기 보다는 대기업 그룹의 구조개편이 더 시급하다는게
청와대쪽의 시각이었다.

물론 재경부는 "은행의 소유구조 개편" 추진이 완전 무산된건 아니라고
항변한다.

금발심에서 시간을 갖고 보다 심도 깊은 논의를 한뒤 내년초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안되는 것이 내년초라고 되겠느냐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 80년대초부터 논란만 벌여온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가 "심도깊은 논의"
가 부족해서 성사가 안된건 아니어서다.

내년초에도 또 한번 논란만 일으키다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중론이다.

어쨌든 은행의 책임경영을 위한 "주인 찾아주기"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