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부도율이 낮아지고 금리가 하향안정세를 보이면서 신용경색
현상이 해소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고금리가 계속되고 자금조달난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신문은 이와 관련해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신용경색
해소와 금리인하 방안"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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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경색 원인과 해소책 ]

박원암 < 홍익대 교수 / 무역학 >

신용경색(credit crunch)은 신용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금융기관
으로부터 자금을 얻기가 힘들거나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야만 하는 현상
이다.

신용경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로 금융기관에 대한 자산건전성 규제가 강화
되고 예금인출로 금융기관의 신용창출능력이 약화되는 한편 기업은 부도방지
를 위하여 자금을 비축하려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다.

이같은 의미의 신용경색은 외환위기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
이다.

또 부실 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이 퇴출되고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해소된다.

즉 구조조정과정에서 초기에는 신용의 초과수요로 금리가 급등하게 되나
구조조정이 완료되면서 신용의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금리가 다시 안정을
되찾게 된다.

이런 신용경색은 구조조정을 당하는 기업에는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경제
전체로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불균형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환율을 안정시키고 부실기업의 퇴출을 앞당기기 위해 통화를
긴축적으로 운용하고 금리를 높임으로써 나타나는 신용경색현상이다.

우리는 지금 통화긴축으로 인한 신용경색을 겪고 있는가, 아니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시적 신용경색을 겪고 있는 것인가.

이점에 대해서는 통화당국과 기업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통화당국은 통화긴축으로 인한 신용경색 견해에 반대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현재 본원통화는 전년동기대비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MCT 증가율도
낮아지고 있으나 시중금리가 하락하고 있으므로 통화가 긴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금융기관은 대출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신용위험으로
인하여 대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구조조정이 안되었기 때문에 신용경색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지 통화당국
이 긴축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신용경색은 단순히 구조조정차원에서만 다루어질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구조조정이 잘 되었다고 하더라도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실업이
급증하며 디플레 현상마저 나타난다면 그러한 의미의 구조조정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잃는다.

우리는 현재 구조조정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구조조정과 신용경색완화의 동시추진은 중앙은행 임무중 하나다.

현재 금리는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리하락이 경제안정의 결과가 아니라 광범위한 경기침체의 결과
라면 우리는 점점 구조조정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정부의 몫이기도 하지만 중앙은행의 몫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은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기관 증자 및 기업 워크아웃에 발권력
을 동원할 수 있으며 감독기능과 선별력을 이용하여 신용보증을 비롯한
중소기업 신용경색 해소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행은 IMF와 합의한 본원통화공급 목표보다 무려 10%이상
부족하게 본원통화를 공급했다.

그러나 올해말까지 본원통화공급을 26조원 수준으로 높인다면 연말대비
본원통화증가율은 지금까지의 감소세에서 벗어나 무려 14%의 증가세로
반전하게 된다.

우리가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플레 억제에만 집착한다면
우리가 보게 될 것은 극심한 실업뿐이다.

사실 자본유출입이 자유로운 현 상황에서 경기를 활성화하다 보면 외환시장
이 다시 불안해지고 심지어는 제2 환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아무도 이런 사태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통화긴축에 의한 경기침체를 방치한다면 이번에는 구조조정의
노예가 아니라 환율안정의 노예가 될 수 있다.

원화절하와 자본유출문제는 두려워서 피해가야 할 것들이 아니라 맞닥뜨려
대처하여야 할 존재이다.

채권금융기관의 신규대출, 외채경감 내지는 외환통제는 한국경제의 회복을
위해서 다루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다.

금리를 인하하려고 한다면 외환문제라는 부작용 보다는 주가상승 투자확대
경기회복 등 순작용을 봐야 한다.

구조조정 채널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려고 해야할 것이다.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한 금리는 내릴 수 없고 실업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