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점성술은 12개의 별자리를 이용한다.

이에반해 동양에서는 별들의 제왕에 해당하는 북두칠성이 거느리는 28개의
별(28수)을 이용한다.

28수 운명학은 이들 별자리와 그에 해당하는 사람을 엮어 전체 인생 행로를
해석해내는 이론체계를 말한다.

28수 점성학을 얘기하는 것은 우리의 민속인 윷놀이가 이 운명학의 요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설날, 오랜만에 모여앉은 대소간 식구들이 그간의 정담을
나누며 윷놀이에 열중한다.

윷놀이는 서로 편을 갈라 윷으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이다.

척사 또는 사희라고도 한다.

기원에 대해서 정확한 설은 없지만 대개 부여족 시대에 5가지 가축을
5부락에 나누어주어 그 가축들을 경쟁적으로 번식시킬 목적에서 비롯된
놀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에 비유한다.

장작윷(가락윷)과 밤윷의 2가지가 있고, 관서나 관북지방에서는 콩윷
(팥윷)이라 하여 검정콩이나 팥알 2개를 쪼개어 4개로 만들어 노는 것도
있다고 한다.

윷을 만들기 위해서 먼저 좋은 장작개비를 골라 둘로 나눈다.

태극에서 음과 양이 태어나는 이치이다.

다시 네가락의 완전한 윷가락을 만들면 음양에서 사상이 피어난다.

각 윷가락을 뒤집거나 바로하여 주역의 소성괘인 팔괘가 만들어진다.

도개걸윷모 다섯개의 배합은 목화토금수 오행에 비유할 수 있다.

윷이 움직이는 각 원자리를 말밭이라고 하는데 동그라미의 개수는 모두
29개이다.

중앙에 위치한 방을 제외하면 결국 28개의 별자리를 상징하는 완전한
동양 역학의 체계를 이루게 된다.

십자와 큰 원으로 형상화되는 윷판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1년 한주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상징하며 이는 변화와 순환의 논리인 주역의
진수를 담고 있다.

우리 민족이 역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증이랄 수 있다.

이를 알고 그러는지 섣달 그믐날밤이나 설날에 윷으로 그 해의 길흉을
알아보는 점을 치는 풍속도 있다.

윷점이라고 한다.

성철재 <충남대 언어학과교수/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