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붙고 있는 증시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

주가는 왜 이처럼 급격히 치솟고 있는 것일까.

지난 9월23일 291.93이었던 종합주가지수는 5일엔 418.20까지 올라섰다.

무려 43.25%에 달하는 상승률이다.

이에따라 "지난 연초와 같은 장이 서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한껏 달아
오르면서 대세상승기로 접어들었다는 장미빛 낙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직은 경기가 침체돼 있지만 주가는 경기보다 선행하는 만큼 내년 상반기
나 하반기께는 경기도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것임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증시가 이처럼 활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은 크게 호전된 국내외 증시주변
여건과 증시내적인 수급상황이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엔화강세(달러약세), 국내외 금리인하, 원자재
가격하락이라는 신3저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는 등 경기
회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선진7개국(G7)이 세계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공동성명을 발표
한데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속속 금리를 내리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중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른 엔화강세는 주가상승의 견인차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쪽으로만 몰렸던 국제투자자금이 다시 아시아 이머징마켓으로 회귀되고
있다.

국내 기업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착착 진행되고 원화환율이 1천3백원대
에서 안정되고 있어 해외언론및 금융기관들의 시각이 크게 개선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메릴린치증권 모건스탠리증권 등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투자비중을 확대키로 한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연초 환차익만 노리고 들어온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란게 외국증권사
영업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9일부터 7일 연속 순매수를 보여 5일 현재
4천3백5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여기에다 증권 투신등 국내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들도 가세, 주가상승을
채찍질하고 있다.

금융권 구조조정이 일단락 된것과 금리(회사채수익률)가 사상 최저수준인
9%대까지 떨어진게 이들의 투자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금리상품의 매력이 하락함에따라 증시가 이들의 주된 관심사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기관투자가들이 연초 위험자산을 줄이기 위해 매도에 치중했던 것과는
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금융장세를 기대한 개미군단들도 속속 증시로 돌아오면서 주식매수자금인
고객예탁금과 주식거래계좌수가 눈에 띠게 늘어났다.

지난 9월23일 1조7천억원대였던 예탁금은 5일 2조5천억원대로 증가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배당투자수익을 겨냥한 일반인들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도 큰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타금융권의 고금리상품으로 몰렸던 시중자금이 본격적으로 증시로
환류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꽁꽁 얼어붙어 있는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흘러들어갈 리는 없다.

갈 곳을 잃은 돈은 선물가격까지 강세를 보여 향후 주가전망이 밝은 증시로
흘러들어 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국증시에 대해 가장 비관적이었던 스티브 마빈 자딘플레밍증권 조사담당
이사조차도 "한국증시의 상승세는 앞으로 좀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한국경제의 펀드멘털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현재의 열기가 식으면
다시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국내 증권전문가들은 "조정이 예상되지만 증시안팎의 여건이 좋아지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450선까지도 상승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