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정상인이라 하더라도 신체적 환경적 요인에 따라 간헐적으로
발기장애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2~3회의 성관계중 1회 이상 발기부전이 나타나면 치료가 필요하다.

노인은 이같은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는게 좋다.

그렇지않고 불안 초조해하면 발기력은 그만큼 약해지고 심하면 발기부전
환자가 되어버린다.

15년전만 하더라도 "날만 어둑해지면 마누라가 무서워 안절부절 못한다"
"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던 환자들이 이제는 발기를 유도해주는
주사약과 좌약 덕택에, 그것도 부족하면 음경보형물 수술로 전천후 발기가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이로 인해 여러가지 우려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남성들은 발기부전을 단순히 기계가 고장난 정도로 생각해 여성의
감정을 도외시한다.

많은 발기부전 남성들은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부인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 않으며 성관계를 회피하려 한다.

이때 부인은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지 않을까 의구심을 갖게 되지만
자존심 때문에 물어보지도 못하고 속으로 분노하며 갈등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남성은 발기유발제로 발기력만 얻으면 부부관계가 예전처럼
회복될 것으로 믿지만 여성은 오랫동안 쌓인 분노와 고통을 쉽게 삭이지
못한다.

따라서 발기장애환자는 부인과의 대화를 통해 사랑을 확인시키고 발기부전
치료제를 부인이 환영하는지 알아봐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성은 발기유발제를 여성의 성도구화나 남성의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 바라볼 것이다.

일부 갱년기 노년기 남성들은 정력을 강화시킬 의도로 발기부전환자도
아니면서 발기유발제를 이용한다.

강한 발기력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다음부터는 강한 발기력에 대한
희구와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자신감 결여로 약물 의존성이 생기게
된다.

발기유발제는 1회용일 뿐이지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며 정력제는 더욱
아니다.

남성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발기유발제로 감쪽같이 속이고
강인함을 과시하려 한다.

성경험이 없는 여성들이 발기유발제로 무장한 60대 남성을 만났다고
가정하면 60대 남성의 정력은 이 정도가 정상일 것으로 착각할 것이다.

이 여성이 정상의 젊은 남성을 만났을 때 60대의 이 남자보다 못하다면
멀쩡한 사람이 병신취급을 받을것 아닌가.

또 다시 정상의 건장한 60대남성을 만났다면 혹시 발기유발제로 포장하지
않았을까 의혹의 눈으로 볼 것이다.

남성의학의 개가로 인해 이처럼 엉뚱한 피해자가 생기는 일은 없어야
겠다.

김세철 < 중앙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