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채금리가 사상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그런가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재팬프리미엄이 1%포인트에 육박했다.

이는 일본정부의 금융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본금융시장의 기반이
취약해질대로 취약해 졌다는 의미다.

5일 도쿄 단기금융시장에서 할인단기국채(TB) 6개월물이 100.0114엔
(업자간 거래기준)에 거래됐다.

이에따라 금리(수익률)는 마이너스 0.005%로 떨어졌다.

액면가 1백엔짜리 국채를 100.011엔에 샀기 때문에 그만큼 역금리를
문 셈이다.

일본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일본에서는 처음이다.

이날 유럽은행들은 15억엔어치의 국채를 이 금리로 사들였다.

당장은 손해지만 다른 스와프거래에서 돈을 남길 수 있고 장래에 엔화가
상승하면 손실을 커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이날 런던시장에서는 유러달러 3개월물의 재팬프리미엄이 0.935%에
달했다.

대형금융파산이 잇따라 발생하던 1년전과 맞먹는 높은 수준이다.

재팬프리미엄은 4일부터 5일까지 이틀동안에만 0.17%포인트가 올랐다.

일본은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확산되면서 일본금융기관들의
외화조달난이 극심해지고 있는 게 최대 요인이다.

그렇다면 일본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비상식적인 현상은
어떻게해서 일어나는가.

우선 일본과 서방은행간의 달러조달 금리차인 재팬프리미엄 탓이다.

시티은행 도쿄지점은 달러를 현재 연5%금리로 빌리고 있다.

시티는 이 달러를 엔화로 스와프하는 과정에서 일본은행들로 부터
5.123%의 금리를 받을수 있다.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0.1%선의 금리로 엔화를 조달하게 되는 셈이다.

시티를 비롯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이같은 역금리현상을 이용, 가장 손쉬운
투자대상인 단기국채를 마이너스금리로 사들인 것이다.

마이너스 0.005% 금리로 국채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이익을
낼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만기때의 세금환급등을 감안할 경우 마이너스 금리이긴 하지만
국채에 투자하는 쪽이 현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오히려 유리할수 도 있다.

또 일본은행에 대한 불신으로 엔화자금을 일본금융기관에 맡기기가 불안한
외국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엔자금을 안전한 일본 단기국채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것도 마이너스 금리의 한 요인이다.

국채수요가 늘자 국채가격이 액면가를 웃돌게 되고 그에따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사들일 경우 분명히 그만큼
손실이다.

만기가 됐을때 상환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액면가이기 때문이다.

액면가격을 초과하는 금액만큼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은 앞으로 6개월후에는 엔화가치가 지금보다 올라갈
것으로 예상, 손해를 감수하고 국채를 사는 것이다.

예상대로 만기때 엔화가치가 오르게 되면 마이너스 금리로 구입한
채권의 손실을 충분히 커버할수 있게 된다.

시장관계자들은 "초저금리와 달러조달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채시장의
마이너스 금리현상이 다시 일어날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예금 일반대출부문에 까지 이같은 이상현상이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