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건설교통위의 한국고속철도공단에 대한 감사에서 의원들은 여야없이
고속철도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질책하는 한편 공사 과정
에서 드러난 각종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과 부산출신 여당의원들은 1단계로 서울~대구 구간만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경제성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고속철도 사업계획
을 전면 재수정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임인배 국민회의 정영훈 의원은 고속철도 공정률이 주먹구구 식으
로 발표됐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10월 27일자 1,3면)를 인용, 공단이 제시한
각종 수치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임 의원은 "서울~천안 구간의 경우 건교부는 지난 5월말 공정률을 26.4%로
발표했으나 9월말에는 22.75%라고 밝혀 4개월 만에 3%포인트가 뒷걸음질치는
기막힌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도 "잦은 설계변경과 사업비 증액으로 논란이 발생하자 공단이 일부
러 수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진실을 공개하라"고 몰아세
웠다.

한나라당 백승홍 국민회의 김홍일 의원은 고속철도 사업관리(PM)업체로
벡텔사가 선정됐으나 벡텔측이 비전문가를 파견한데다 공단측도 활용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수천억원의 예산만 낭비했다고 질타했다.

백 의원은 "공단은 "벡텔사 구성원들의 무관심과 몰이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벡텔사에 보낼 정도로 PM사업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윤원중 의원은 "공단측이 이동식비계공법(MSS) 장비를 대당 2억~
3억원씩 높게 구입해 예산을 낭비했고 MSS도입으로 업체들이 손해를 보자
사업비를 보전해줬다"며 업체와의 결탁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이국헌 의원은 "공단이 km당 5.29량의 철도차량을 투입키로 했다"
며 "이는 프랑스 TGV(km당 3.12량)보다 높게 책정한 것으로 총 2조6천억원의
예산낭비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김동주 한나라당 권기술 의원은 "대구 이남 구간의 고속철도 건설을
2004년 이후로 미뤄 이용객 수요전망이 불투명해졌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