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5일 박상천 법무장관은 서울지검 기자실에서 "재외동포의 법적
지위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박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통령선거공약을 이행하고 해외동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이 특례법을 만들게 됐다고 법제정 취지를 설명했다.

박 장관의 발표가 끝난 직후 "해외동포를 내국인과 동일하게 대우하면 우리
민족이 많이 살고 있는 중국 러시아 등과 외교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대해 박 장관은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부터 많은 검토를 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발표 다음날 바로 문제가 발생했다.

유관부처인 외교통상부가 "조선족이 많은 중국이 외교채널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에서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과 배치되지 않기를 바란다"
는 입장을 우리정부에 전달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법무부는 9월28일 당초 내용중 해외동포의 공직임용을
백지화하는 등 수정법안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39일후인 6일 정부는 "재외동포법"제정을 아예 유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의 중국국빈 방문을 앞두고 마찰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있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정부의 한건주의식 졸속행정이 대외적으로 망신만 초래한 셈이다.

고기완 < 사회1부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