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오는 11일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김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경제위기 속에서 역내 국가들의 결속이
어느 때 보다 긴요한 시점에서 이뤄져 경제계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6일 개최한 지상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관계가 경제는 물론 외교 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관계로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시아 경제위기와 새로운 한.중경제협력관계"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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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노성태 한화경제연구원 원장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원장
김수배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배이동 전경련 국제본부장(사회) ]]

<>사회 =먼저 김대중 대통령의 방중 의의를 짚어주시죠.

<>김수배 위원 =우선 양국관계를 포괄적 협력관계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양국은 92년 국교정상화 이후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경제를 제외한
분야에서는 냉전시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김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양국 협력관계를 외교.안보 분야로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양국 정상은 이번에 "21세기 한.중 동반자 관계 선언"이라는 발표문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동반자 관계를 위한 장기적 틀을 문서화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셈이지요.

<>사회 =우리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어떤 기대효과가 있을까요.

<>김 위원 =중국이 북한의 개방과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여건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되겠지요.

김 대통령으로선 이번 방문을 통해 대북포용정책에 대해 미국 일본에 이어
중국의 이해를 구함으로써 한반도 주변외교의 기본 정지작업을 사실상
마치게 된다는 뜻이 있습니다.

<>사회 =경제분야는 정상회담 이후엔 더 큰 변화가 있겠지요.

<>이경태 원장 =상징적인 것과 구체적인 기대효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상징적인 것으로선 다자간 및 쌍무적 경협대상국으로서 서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것입니다.

구체적인 효과를 들자면 우선 중국에 진출한 한국금융기관에 대한 인민폐
영업 허가가 조기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인민폐 영업이 허용되면 현지 투자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와 무역 신용장
거래 실현 등에 따른 무역촉진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요.

<>사회 =지난 94년 "한중산업협력위원회 설치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이후
양국은 자동차 전전자교환기(TDX) 고화질(HD)TV 항공기 등 4개 분야에서
산업협력을 추진해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못냈어요.

특히 중형항공기 개발협상은 결렬된 상태인데요.

<>이 원장 =지나치게 첨단.미래산업에 집중돼 있었어요.

산업협력범위를 중국의 9차 5개년 계획(1996~2000) 및 2010년 장기계획에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기계 전자 자동차 유화 건자재 등 중국의 소위 지주산업 중심으로 재조정
해야 합니다.

또 중국의 주택 및 SOC 등 건설시장에 대한 진출을 확대하는 조치도
필요합니다.

원전 건설사업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와 함께 중국 기업의 대한 투자 및 M&A 참여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 =아시아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어 중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경제는 어떤 상태인지요.

<>노성태 원장 =중국 경제도 침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8.8% 성장했지만 올해 목표는 8%이고 상반기 실적은 7%에
그쳤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 전망에 따르면 올해 잘해야 6%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성장률이 1% 포인트 떨어지면 실업자가 5백만명 생겨난다고 합니다.

저성장의 원인은 내수가 계속 침체돼있기 때문입니다.

작년까지는 매년 수출이 20% 이상 늘어 성장을 견인해왔었지요.

내수가 침체돼 있는데다 지방정부의 과도한 투자 때문에 금융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외국인투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중국 정부는 정책방향을 경기부양에 맞추고 있습니다.

수출보다는 내수진작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회 =금융기관 부실문제도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원장 =중국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부실 국유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지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중국 은행대출의 22%인 2천억달러 이상이 부실채권입니다.

GDP의 20%에 해당되지요.

대부분 적자경영 상태인 국유기업에 대출해 준 겁니다.

4개 대형은행 가운데 3개가 적자 상태입니다.

국유기업의 절반 이상이 마찬가지로 적자입니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 개혁을 9차 5개년 계획의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는 2000년까지 적자기업을 흑자로 전환하고 회생불가능한 기업은 파산정리
할 계획입니다.

대대적인 재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 분명합니다.

<>사회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할 것인지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 원장 =현재로선 가능성이 적습니다.

성장 및 수출부진과 디플레이션 확대 등이 평가절하 압력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엔화 안정화는 평가절하 압력을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평가절하가 실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다만 엔화 가치가 급락하거나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질 경우 중국은
현재의 위안화 환율 고수방침을 재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회 =새로운 관계 모색을 위해선 그동안 한.중관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수교 이후엔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종합해주시죠.

<>노 원장 =92년8월 수교 이후 교역과 투자 면에서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연평균 50%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난 91년 10억달러이던 수출은 지난해 1백35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수출도 20%씩 늘었구요.

91년 34억달러였던 수입은 지난해 1백1달러가 됐습니다.

중국은 우리의 3대교역대상국 중 하나이고 홍콩을 포함하면 최대 수출시장
입니다.

투자도 급증했지요.

최근 4년간 매년 6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작년말까지 실행기준으로 33억달러가 중국에 투자됐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8월까지 수출은 8.3%,수입은 33.9%가 줄었습니다.

투자도 지난 7월까지 2억달러에 불과해 작년 동기에 비해 55%가 축소
됐습니다.

<>사회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좀더 양국 관계를 질적으로 고도화하는
협력채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아직도 양국간엔 현안이 많은 편 아닙니까.

<>김 위원 =어업협정체결문제 등 핫이슈가 적지 않습니다.

중국어선이 우리 영해를 빈번하게 침범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어업협정과 배타적경제수역획정
협상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어업협상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실무자회담을 가졌는데 잠정수역설정이
쟁점이 돼 합의를 못했습니다.

공동관리수역과 잠정수역을 되도록 좁히려는 우리와 넓히려는 중국이
맞서고 있지요.

배타적경제수역의 경우는 중국은 일본과 먼저 끝낸 후에 우리와
협상할 예정입니다.

다행히 일본과의 협상이 상당히 진전됐다고 합니다.

경협문제는 지난해 중형항공기 공동개발이 기대를 모았지만 결렬됐습니다.

자동차 HDTV 등도 공동개발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진전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골치 아픈 것은 양국간 영사문제입니다.

한국인들이 중국에 방문했을 때 연간 2백30여건의 사고가 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심양에 영사관을 추가 개설하겠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오히려 한국에 있어서 화교지위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요.

<>사회 =최근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학자들,기업인들을 중심으로
동북아 3국의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 중 일 3국이 참여하는 동북아협의체설립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 지요.

<>이 원장 =동북아경제협의체에 대해선 그동안 제약요인이 너무
많아 논의만 많았지요.

제약요인으로 우선 정치.경제체제의 차이가 심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또 과거사 문제도 남아있구요.

여기다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지역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 미묘한
관계도 문제였지요.

현실적으론 미국의 반대도 만만찮았구요.

그런데 최근 동북아 국가간 경제협의체 당위성이 높아지는 여건변화가
있습니다.

우선 지역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년부터 EMU가 출범하고 미국은 FTAA(미주자유무역지대)를 추진 중입니다.

어느 지역에도 속하지 않은 동북아 국가들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지요.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본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하고 한국과
중국도 협력을 해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입니다.

동북아 경제협의체의 경우는 앞으로 활발하게 논의될 것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자유무역지대 등 공고한 형태의 경제협의체가 되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사회 =지난해 태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일본은 1천5백억달러 규모의
아시아통화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했었지만 미국이 반대해 안됐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시아통화기금이 있었으면 이 정도의 어려움은 없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이 8백억달러, 한국과 중국이 각각 1백억달러씩 내서 1천억달러를
만들면 각국은 굳이 외환보유고를 쌓아둘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노 원장 =지금까지도 아시아지역에서 각국은 그런 주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워낙 완강하게 반대해 그런 시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PECC(태평양경제위원회)를 중심으로 IMF를 보완하는 기금이
나와야 한다는 제안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투기자금의 규모가 워낙 커 1천억달러로는 부족할 것이 분명합니다.

안정에는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김 위원 =아시아 경제위기가 끝나면 중국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질
것입니다.

외환보유고가 세계 1위라는 외적인 면도 있지만 이번 아시아 경제위기에서
신의있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준 것도 위상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아시아통화기금 등과 관련해서도 발언권이 상당히 강해질 것이 분명하구요.

<>사회 =국내에서도 중복 과잉투자를 정비하기 위한 기업구조조정이
한창입니다.

그러나 한 나라, 한 시장이 아니라 역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중.일 3국이 협력할 수 없을까요.

<>노 원장 =중국은 한국에 대해 34억달러 적자,우리는 일본에 131억달러
적자,일본은 중국에 2백억달러 가까운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원자재 기술력 자금력 등을 보면 상당히 보완적인 경제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보면 우선 한국이 위기에 빠져있으니까 한국을 중심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지요.

장기적으로는 분업체계하에서 동반발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종전까지는 우리가 주로 일본에서 수입해서 중국에 수출하는 수직적
협력이었는데 이제 점차 수평적 협력관계로 전개될 것으로 봅니다.

<>이 원장 =공급과잉 문제를 글로벌하게 봐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만
국내에서도 공급과잉해소가 안되는데 과연 나라간 협상이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사회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특히 중점을 둬야할 분야가 있다면
언급해주시죠.

<>김 위원 =중국은 지난 3월 전인대에서 중국판 뉴딜을 발표했었습니다.

3년 동안 1조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것이었지요.

공기업에서 해고되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건설분야가 워낙 많기 때문에 우리도 사업참여 기회가 많을 것으로 봅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합니다.

<>노 원장 =중국 위안화가 안정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일시적 통화 불안정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한 중 일이 아시아통화기금
등을 마련해 투기자금을 방어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 원장 =남북경협 강화에 중국이 참여할 수 있고 실력을 보일 수 있는
사업이 적잖습니다.

예를 들어 남북한 물류시스템의 경우 북한을 통해 육로로 중국에 운송할
경우 기간은 짧아지고 비용도 절감될 것입니다.

<>사회=김 대통령의 방중은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에 돌파구를 마련하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정리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