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현 < 주중 한국대사 kwonbyon@public.east.cn.net >

세계 각국은 제각각 지역경제블럭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아시아에는 이렇다할 경제협력체가 없다.

그러나 사실은 아시아지역에서도 역내 일부 국가들이 일찍이 경제협력체를
결성하고 있었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활동이 미약했던 것뿐이다.

지난 76년 결성된 방콕협정(ESCAP, 역내 개도국간 무역협상에 관한 제1차
협정)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와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라오스등 5개 개도국이 이 협정에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 상호간에 특혜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한국은 이 협정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가 제기하고 싶은 것은 방콕협정의 활성화다.

다행히 최근 중국을 포함한 몽골 미얀마 파키스탄 네팔등이 가입을 적극
희망하고 있다.

이들 국가중 중국은 가입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전에는 그 반대였다.

회원국들이 중국측에 가입하라고 권유해도 중국측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0여년간의 개혁.개방으로 경제성장에 탄력이 붙은 중국이 지역화
(Regionalism)와 세계화(Globalizaion)라는 이원적 세계경제 추세 속에서
방콕가입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아무런 경제블럭에도 속하지 않은 "외톨배기"의 처지가 얼마나 힘든지를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교역규모의 확대와 함께 앞으로 지역경제블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방콕협정에 가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나아가 이 협정을 아시아의 지역경제협력체로 키워보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런 계산아래 중국은 94년5월에 방콕협정 사무국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중국은 현재 방콕협정 회원국과 양자협상을 완료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인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동의를 받아낸 상태이다.

우리나라만 동의해도 오는 12월 태국에서 개최되는 방콕협정
상임위원회에서 회원국 3분의 2의 지지를 얻어 가입할수 있게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국이 방콕협정에 가입할 경우 저율의 양허관세
부과에 따른 중국산 섬유제품의 수입 급증과 이에따른 국내 섬유업계의
피해 등을 우려해 중국의 가입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 원화가 가파르게 평가절하되면서 중국산
섬유제품의 수입급증에 대한 우려가 거의 없어지는등 가입에 반대할 명분이
약해졌다.

이때문에 방콕협정의 활성화를 위해 중국의 가입을 적극 지지하는 문제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협정체제 속에 중국이 들어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중국이 연내에 방콕협정에 가입할 경우 전세계 인구의 40%가 협정가입국이
된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포괄하는 협정이 되는 것이다.

또 아시아 개도국중 경제규모로 따져 상위 3개국인 중국 한국 인도가
하나의 경제블럭속에서 공동보조를 맞추게 된다.

중국이 방콕협정에 본격 참여할 경우 회원국간의 교역규모는 크게 신장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앞으로 다른 아시아국가들이 잇따라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지역 개도국의 교역확대의 터전이 마련된다는 얘기다.

향후 방콕협정의 주요과제는 기존 양허품목의 확대 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
완화를 포함시키는 것.

그러나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방콕협정을 명실상부한 "역내 무역협정"
으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회원국의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한국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방콕협정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안에 중국이 방콕협정에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 희망하는 대로 말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1년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돼 구성한 유럽석탄철강
공동체(ECSC)에서 출발해 약 48년후인 내년에는 단일통화권체제로 출범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개도국들은 EU국가의 단일 통화체제를 부러워하고
있다.

아시아 개도국도 방콕협정을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역내 국가간 통상과 경제교류를 확대하고 협력을 더욱 긴밀하게
할 수 있는 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이 긴밀한 협력과 주도하에서 이의 구축을 서둘러야 할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