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부쿠레시티에 사는 서동균 사장은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명함에 찍힌 그의 직책은 삼성 "컨트리 매니저"(Country Manager;CM).

그는 최근 루마니아 정부의 가보 보건부장관과 가브릴레스큐 농림부장관을
만났다.

가보 장관과는 의료시설및 장비 현대화를 위한 협력방안을, 가브릴레스큐
장관과는 루마니아 농업현대화 관련 협력방안을 협의했다.

서사장이 만난 사람은 정부 인사만이 아니다.

이달들어서만도 중장비 제조업체인 티탄사의 가브리엘 사장,
비철금속업체인 페로에메일사 사리반사장, 냉공조기업체인 아크틱사의
로보란 사장등 재계인사와도 두루 만나 사업 협력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그의 하루 일과는 30분 단위로 짜여있다.

삼성물산 루마니아주재 사장인 그는 올초 컨트리 매니저로 임명된 이후
부쩍 힘이 커진 것을 느낀다.

루마니아 정재계는 물론 사회 저명인사중 만나자는 사람이 급증한데서
위상변화를 실감한다.

서사장의 사례에서 보듯 삼성이 세계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컨트리 매니저 제도가 큰 효과를 보고있다.

올초 임명된 7명의 최고경영자급 컨트리 매니저들은 10개월만에 루마니아
인도 러시아등 해당국에서 깊이 뿌리내리는데 성공했다.

서사장을 비롯 신세길 사장(영국), 안재학 사장(러시아), 안덕기 사장
(싱가포르), 유무성 부사장(인도), 정우택 부사장(카자흐스탄), 이승웅
부사장(중남미) 등이 삼성의 컨트리 매니저다.

모두 과거 삼성 주요 계열사에서 최고경영자를 역임했으며 현재도 사장
또는 부사장급 대우를 받고 있다.

신세길씨는 제일기획 대표이사 부사장, 삼성물산 사장직을 맡았었으며
안재학씨는 삼성코닝, 호텔신라 최고경영자를 거쳤다.

안덕기씨 삼성물산부사장,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역임했으며 이승웅씨는
삼성정밀화학 사장을 지냈다.

유무성씨는 삼성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낸 인물.

안덕기사장은 최근 예오 닝 홍 싱가포르 항만청장을 만나 인천 남항
공동개발 협력방안을 협의했다.

인도의 유무성 부사장은 현지 전자및 섬유업이 주력사업인 JCT그룹
타하파르 회장과 만나 전자산업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카자흐스탄의 정우택 부사장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인맥기반을 넓혔다.

이들 컨트리 매니저들은 해당지역 삼성의 전사업을 총괄한다.

계열사에 관계없이 판매.생산법인 총괄지휘하게 되며 대외관계도 담당한다.

일종의 해당국주재 삼성 대사인 셈이다.

현지 정재계, 사회 저명인사들과의 업무협의를 담당하며 때론 국제
로비스트 역할도 한다.

막강한 권한을 가져 웬만한 일은 전결로 처리할수 있다.

중요한 프로젝트일 경우에만 그룹구조조정본부의 이학수 사장과 협의한다.

컨트리 매니저제 시행으로 삼성이 얻은 이득은 무엇보다 해외 현지에서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할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협의창구를 일원화하고 전결권한을 부여한 까닭에 컨트리 매니저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인맥의 구축은 비즈니스 성사에 눈에 보이지 않은 큰 역할을 한다.

그룹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컨트리 매니저 시행으로 상당한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