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일의 밤"은 예술의전당의 기획물인 "우리시대의 연극"시리즈의
첫 공연작품이다.

박상현이 쓰고 연출하는 이 작품은 12.12사태 당시 신군부세력에 의해
사망한 김오랑 소령의 미망인 백영옥이 남편을 잃은후 한을 안고 살았던
4천일간의 삶을 그리고 있다.

백영옥은 군인의 아내로 평범한 행복을 꿈꾸며 살았던 주부.

그러나 12.12사태로 남편을 잃으면서 그녀의 인생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바뀌고 만다.

절망감에서 시력까지 잃은 그녀는 현각스님을 맞아 마음의 눈을 뜨고
제2의 삶을 산다.

어느날 남편이 모시던 사령관 정병주의 죽음을 전해듣고 12.12사태를
일으킨 인물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한다.

그러나 이로인해 그녀는 감시의 대상이 되고 불미스런 스캔들에 휘말리며
의문의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다.

백영옥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서사적 추리기법으로 풀어가고 있는
이 작품은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내팽개쳐진 우리이웃의 아픔을
극대화한다.

개인의 사생활까지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사람들, "무대전환
시작, 완료"를 외치며 가상의 무대까지도 철저히 통제하는 기득권세력
(검은옷의 사나이)의 무자비함을 섬뜩하게 담아내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린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치유할수 없는 우리현대사의
상처를 드러내고 싶다"는 박상현의 의도가 무대 곳곳에 배어있다.

이영숙 유연수 김재건 등 출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2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금.토 오후 3시, 7시30분, 일.공휴일 오후
3시, 6시.

580-1250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