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재 < 충남대 언어학과 교수.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주역의 방위체계는 대한민국을 정동과 정북의 사이방향으로 간주한다.

이를 일컬어 동북간방이라고 한다.

간이란 글자는 약 5천년전의 상고시대 인물인 복희씨가 완성한 선천팔괘
의 한 요소이다.

주역은 혼돈상태의 태극(무극)에서 음양이 분화되고 거기서 다시 사상이
탄생한다.

이 사상을 다시 음양으로 분화시키면 주역 소성괘의 주인공이 되는 팔괘를
낳게 된다.

팔괘는 복희씨가 만든 선천팔괘와 주문왕이 새로이 고안한 후천팔괘로
구분된다.

선천팔괘는 자연의 이치 그 자체를 가감없이 그대로 묘사해 놓은 체계이며
후천팔괘에는 인간의 기본적 성정이 반영되어 있다.

선, 후천 팔괘는 괘가 나열되어 있는 방위의 차이로 구분한다.

인간의 길흉소사에 응용하는 방위법은 그래서 후천팔괘의 것을 따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방위를 이 후천팔괘에 적용하면 일곱번째 괘인 간에 해당된다.

동북이라는 방위는 자연의 생멸조화법과 관련하여 비밀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

북쪽은 오행 물을 그리고 동쪽은 나무를 상징한다.

그리고 팔괘의 기호학에서 기술해 놓은 간의 함축은 다음과 같다.

간은 양토로 큰 산이며 숫자는 5, 인간관계에서는 막내아들, 동물로는 개,
그리고 신체에선 손을 상징한다.

이제 동북의 의미를 이러한 상징과 관련하여 해석해보기로 하자.

양토인 간토는 댐의 역할을 하여 북방의 물을 막아 범람을 못하게 하며
(토극수), 동시에 동방목은 간토위에 자리하여 새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린다.

결국 북방의 수는 간토로 인해 생명이 다하며,동방의 목은 역시 간토로
인해 새 생명을 시작한다.

아이러니다.

시작과 마침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변화가 많은 땅, 외세의 침략으로 인해 끊임없는 고통을 받아왔던 땅.

우리 대한민국이 겪어왔던 파란만장한 역사는 생장과 소멸을 동시에 담당
해야하는 변화의 극점이라는 후천 팔괘 방위론에서 설명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