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98 민중대회" 참석자들이 전경련회관에 계란을 던지고
준공기념비를 훼손한 것은 전경련 임직원들에겐 "충격"이었다.

그동안에도 민간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노동단체를 비롯한 단체들이
몰여와 집회를 벌인 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 평화적 집회였고 충분히 들어줄만한 "반대 목소리"였다.

이번엔 좀 달랐다.

우선 인원부터가 많았다.

집회 후 영등포쪽으로 행진하던 3만여명이 전경련회관앞을 지났다.

상주하던 전투경찰도 회관안으로 들어오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는 듯
대회참석자들이 건물에 계란을 던지고 준공기념비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걸
구경만 했다.

큰 죄를 저지른 집단에나 가해질만한 폭행을 당한 것이다.

다음날 전경련 월요간부회의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관련자들을 고소하고 주최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결론은 그러나 "다시 열심히 해보자"고 맺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며 뛰었지만
아직까지 일부 국민이 몰라주는 건 결국 스스로의 탓으로 돌리기로 했다.

전경련은 우선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들의 노력을 알리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당장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해 최근 5대그룹이 이뤄낸 소위 "빅딜"의 효과에
대해 연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빅딜을 통해 과연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어떻게 되는지, 경제력
집중은 얼마나 완화되는지를 연구해 홍보키로 했다.

또 일반 국민들이 재계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고 있는 점들에 대한
시정계획도 만들기로 했다.

오너 체제, 경제력집중 문제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올 연말까지 마련키로
한 "전경련 발전 5개년 계획"에 반드시 담기로 했다.

자유기업센터를 통해서는 과연 정부 경제정책이 제대로 되가는지, 잘못된
여론이 정책방향을 호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를 검증하는 작업도 수행키로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자 역할"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반기업주의의 확산을 막지 않으면
경제위기 극복이 더뎌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