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대한 선진국 투자자들의 인식이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

피치IBCA 등 신용평가기관들도 한국의 경제여건이 뚜렷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어 국가신용등급이 빠르면 내년 중반이전에 투자적격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이 밝은 전망을 내놓기는 했지만 직접
돈을 굴리는 민간투자자와 신용평가기관들도 후한 점수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보수적인 전망으로 일관하던 투자자들과 신용평가기관들이 이처럼
한국시장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추진해온 경제개혁 성과와
향후 경제전망을 밝게 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조사활동을 위해 방한중인 피치IBCA 평가단의
폴 로킨스 단장은 "안정적인 외환보유고와 성공적인 금융개혁 덕분에 한국의
제반 경제여건이 호전되고 있다"며 매우 만족스런 반응을 보였다.

이에따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현재의 "포지티브"에서 한단계 위인
"포지티브 워치"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포지티브워치란 2~3개월 안에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수 있음을 의미
한다.

평가단은 또 5개 합병은행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려던 당초
입장을 바꿔 현행등급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가들로부터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방콕을 방문한 로널드 옹 모건스탠리 아시아 사장은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의 회사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월가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옹 사장은 아시아위기국중 한국이 가장 성공적으로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믿음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어 조만간 한국 회사채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도 그동안의 관망자세에서 선회, 신흥시장 투자액중 2%를 한국에
투자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내년 1.4분기에 바닥을 치고
2.4분기에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메릴린치증권은 한국을 최고 유망시장으로 선정, 한국내 투자를 크게 확대
하고 있다.

메릴린치의 국제투자전략담당 수석부사장 제프 바렌버그는 최근 "우리는
한국과 태국을 가장 선호하는 아시아시장으로 선정했다"며 "유럽쪽에 투자한
자금을 빼내 한국내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민간투자회사들보다 앞서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던 국제통회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연일 한국을 모범적인 사례로 거론하고 있다.

미셸 캉드쉬 IMF 총재는 외환보유고 경상수지흑자 등을 들면서 "한국경제는
완전한 자생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을 방문중인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는 10일 "한국과 태국경제가
바닥을 탈출했으며 앞으로 1년안에 회복의 징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 부장관도 이날 미국 화학제품제조업체협회 모임
에서 "한국의 환율이 안정됐으며 금리 또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한국경제가 곧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은 "환율요인으로 인해 한국의
수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며 낙관론을 폈다.

물론 여전히 신중론도 만만찮다.

금융 및 기업부문의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게 이유에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1백69개
금융기관중 1백41개 기관에 대해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제수지 환율 금리 등 개선된 거시지표에 도취한 나머지 구조조정을
미뤄선 안된다는게 이들의 한결같은 충고이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