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센터가 개점휴업 상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들어 10개 업체당 3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던 이삿짐센터 전화번호(2424)에 대한 프리미엄도 옛날
얘기다.

이사 일감이 예년의 10~20% 수준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10일 전국운송주선연합회에 따르면 올들어 전국 8천7백44개 이삿짐 센터 및
일반화물업체 중 30%가 훨씬 넘는 3천여 업체가 휴업이나 폐업으로 문을
닫았다.

나머지 업체도 문을 열고는 있으나 일감이 없어 "개점 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운송주선연합회 한영태 기획부장은 "이처럼 일감이 없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장기 고정계약등으로 어쩔수 없이 영업중인 업소들도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일반화물업체들의 경우 예전에 운송비로 받았던 3개월짜리 어음이
최근 들어 6개월짜리로 바뀌면서 영업을 할수록 금융비용부담 등으로 손해를
보게 돼 기존 운송계약도 취소하려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운송주선사업협회 남부지부에서는 전체 4백9개 업체 중 무려
1백20여개 사가 영업이 안돼 휴업신고를 하거나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관악구 신림 8동에 위치한 (주)강남택배통운의 경우 예년같으면 10~12월중
에는 하루 평균 30건씩 주문을 받아 이삿짐을 날랐으나 올해는 1건도
못건지는 날이 허다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30여명을 웃돌던 직원도 7명으로 줄였다.

30대에 이르던 이삿짐 차량도 4대만 남겨 놓고 팔아치웠다.

평촌 안양 등에 있던 지점도 적자를 견디지 못해 폐쇄했다.

이 회사 김영근 사장(53)은 "30년 가까이 이삿짐 센터를 운영해왔으나
요즘 같은 불황은 처음"이라며 "언제 문을 닫을 지 모르겠다"고 착찹해했다.

수천만원이 넘던 이삿짐센터의 전화번호(2424)에 대한 프리미엄도 유명무실
해지고 있다.

예컨대 프리미엄이 4천5백만~5천만원가량 하던 강남지역 이삿짐센터
전화번호의 경우 요즘은 3천만원 이하로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한 이사짐센터 사장은 "예전 프리미엄의 3분의 1 수준으로 팔려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이삿짐센터 전화번호 거래는 사실상 끊긴 상황"이라고 귀띰했다.

일감이 없자 업체간 가격할인 경쟁도 치열해지고있다.

올들어 이사요금은예전에 비해 평균 40~50% 가량 내렸다.

예컨대 5t 트럭 기준으로 65만~70만원 가량하던 이사요금이 요즘은 4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2t 트럭의 경우도 이사요금이 30만원에서 절반인 15만원으로 줄었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예전에 비해 절반 이하의 이사요금을 제시하며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체도 적지 않다.

일부 업체는 상품권이나 할인권 등을 무료로 나눠주는 파격적인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삼흥물류의 송상섭 사장(52)은 "업체간 과다경쟁으로
인해 올들어 이사요금은 10년전 정부 고시가격보다도 오히려 더 낮아졌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