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조정위원회는 10일 "빅딜" 평가 원칙과 우선순위를 정한 지침을
5대그룹 주채권은행과 업종별실무추진위원회에 통보했다.

이로써 7개업종의 빅딜은 이 원칙과 절차에 따라 채권단이 마련한 "진단실"
에서 본격적으로 정밀 평가및 심사를 받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7개업종에 대해 생존을 보장하겠다는 말이 한마디
로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지원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빅딜안이 채권단 손으로 들어가면서 적잖게 수정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다.

<> 빅딜만으로는 살 수 없다 =지침은 재계가 반도체 석유화학 철도차량
항공기 발전설비 선박용엔진 정유 등 소위 7개업종에서 빅딜을 성사시켰지만
그 자체로는 실익이 없다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사업구조조정위 오호근 위원장은 "단순히 합쳐 신설법인을 만들고 사업주체
를 단일화하는 것으로 경쟁력이 높아지거나 중복 과다투자부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도 같은 시각이다.

사업구조조정 세부추진계획에 대한 검토를 사업전망과 생존가능성 측면부터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구조조정위가 빅딜을 통해 7개업종이 생존력과 사업성이 좋아졌다는
일각의 주장을 수용한다면 이처럼 "원초적" 의문부터 검증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6~64대그룹및 중견대기업에 대한 워크아웃을 할 때 적용된 원칙이기도
하다.

<> 빅딜은 5대그룹 구조조정의 일부일 뿐이다 =사업구조조정위는 빅딜
만으로 5대그룹의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7개업종에 대한 구체적인 금융지원은 5대그룹의 일부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이 추진될 경우 협상을 진행해 확정하겠다고 했다.

또 7개업종 세부추진계획이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검토키로
했다.

이는 5대그룹 구조조정의 "사정권"이 빅딜업종 이외의 계열사를 제외시킨채
7개업종으로 좁혀지는 것을 경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쉽게 풀어보면 특정환부(빅딜업종)의 "치유"(회생)가능성을 검토해
"수술"(구조조정) 여부를 결정하되 "수술비용"(금융지원)은 병세(그룹전체의
수익성및 재무건정성)를 악화시킬 수 있는 다른 환부(업종)에 대한 "수술"
까지 받는 조건으로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최근 금감위가 1~2개 주력계열사를 워크아웃대상으로 선정해 달라고 5대
그룹에 요청한 것도 바로 빅딜과 워크아웃을 따로 추진하지 않고 병행한다는
의미다.

이에따라 워크아웃 대상을 선정하는 작업도 늦어도 이달말까지는 마무리
돼야 한다는게 당국의 입장이다.

그래야 12월 15일까지 빅딜수정안과 함께 재무개선약정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주채권은행과 개별기업이 협의해 결정할 문제이지만 빅딜업종에
대한 금융지원과 연계된 만큼 5대그룹측도 무작정 워크아웃기업 선정을
늦출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과연 일정은 지킬 수 있을까 =사업구조조정위가 이날 주채권은행 등에
통보한 지침은 실행과정에서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을 전망이다.

사업구조조정위는 5대그룹으로부터 자체실사자료를 포함한 근거자료를
확보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5대그룹이 과연 제때 자료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외부자문그룹이 관여정도를 놓고도 시비가 붙을 수 있다.

특히 "당근"에 해당하는 금융지원의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듯하다.

그동안 7개업종의 빅딜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진통을 수반했던 재계안에
대해 사업구조조정위가 "칼질"할 때 재계가 이를 불만없이 수용하리라고
보는 것도 무리라는게 지배적 견해다.

사업구조조정위가 5대그룹의 협조로 이달말까지 수정안을 작성한다 하더라도
주채권은행및 주요채권단협의회와 해당그룹간 협의과정에서 잡음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주요채권단협의회와 그룹간에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할 때 금융
지원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그룹의 약정의무만을 반영하는 것도 5대그룹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