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선 <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 >

반세기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우리 섬유산업은 21세기를 목전에 둔
지금 국내외 주변환경의 급변으로 거센 체질개선의 압력을 받고 있다.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우수한 국민성을 바탕으로 섬유산업을 발전시켜
국가경제기반으로 활용해 왔다.

세계섬유산업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도 상당하다.

수출은 중국및 홍콩 이탈리아 독일에 이어 세계 제4위(세계섬유수출의 5.4%
점유)며, 합섬직물과 여성용 여름의류소재인 폴리에스터 섬유에서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전체 섬유생산에 있어서도 미국과 중국 대만에 이어 세계 4위를 달리고
있다.

섬유는 노동집약적 산업인 동시에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는 기술.지식.자본
집약적 산업이다.

세계경제의 발전과 소득의 증대, 인구의 증가, 기술개발의 급진전에 따라
섬유의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탈리아 일본 미국 독일등 선진국들이 섬유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계속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밀라노 프로젝트"는 의미가 크다.

물론 모든 섬유분야를 일시에 세계수준까지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21세기에 진정한 섬유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고부가가치화와 독자적 고유브랜드개발, 의식의 세계화가 하루 빨리 조성
돼야 한다.

지금까지 고질적인 섬유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소품종 대량생산체제
중심의 산업구조를 소비자 위주의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하고, 과당
경쟁의 주범인 범용품공급 대신에 시장수요변화에 유연성있게 대처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기술개발에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미흡했던 업체및 업종간 상호협력관계의 재정립도 절실하다.

패션.디자인분야와 패션소재, 텍스타일디자인개발, 정보분야 등의 기반도
다져야 한다.

이번에 어렵게 마련된 "밀라노 프로젝트"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시켜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구를 아시아 섬유산업의 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한 이 신산업정책은 화섬
직물 중심의 단순생산체제를 패션.디자인이 가미된 지식형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체제로 전환시키고, 시장경제원리를 기본바탕으로 정부와 민간, 섬유업
과 주변산업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호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하여
전섬유분야를 세계 선진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거대한 작업이다.

이 정책이 계획대로 완료되는 2003년에는 섬유수출이 지금보다 36%, 국내
섬유생산액은 29% 더 신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은 모두가 어렵다.

어려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지혜이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성장의 길목에서 섬유산업을 재도약시키기 위해서는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