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92년 수교후 지난해까지 경제부문에서는 괄목할 만한 관계
발전을 이룩했지만 정치 안보분야의 관계진전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정치 안보분야에서도 중요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제네바에서 열린 4자회담에서 중국은 분과위 구성과 관련, 북한이
아닌 한국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큰 성과를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또 지난달말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에도
중국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발전은 경제부문 중심에서 벗어나 서서히 정치 외교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대통령이 추진하는 "한.중 동반자관계"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양 총영사관 개설문제, 어업협정, 대북관계에서의 공조 등이 그런
것들이다.

<> 선양 총영사관 개설 =한국은 수교이래 조선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동북3성의 요충지인 선양에 총영사관을 설치하도록 중국정부가 허가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동북3성을 찾는 한국인이 많고 사고도 잦아 영사업무를 볼 영사관이 필요
하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중국은 당초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오다 최근
영사관 설치를 허가할 뜻을 밝혀 문제는 해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법무부가 재외동포특례법의 입법을 추진하자 중국은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총영사관 설치를 이 문제와 연계해 처리하겠다며 선양
총영사관 설치를 연기해 버렸다.

<> 재외동포 특례법 =법무부는 해외교포의 모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 조선족을 포함한 해외 교포의 2중국적을 사실상 인정하는 "재외동포의
법적 지위에 관한 특례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대해 소수민족 문제에 민감한 중국정부는 "중국의 소수민족을 선동하고
직접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했다.

중국의 반발이 예상보다 심각하자 정부는 특례법 제정을 보류한다는 방침을
중국정부에 전달, 반발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이번 김 대통령의 방중기간중 어떤 형태로든 이 두가지 문제에 대한 양국
정상간 대화가 있을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 한.중 어업협정 체결문제 =93년부터 최근까지 양국은 어업협정 체결을
위해 20여차례의 회담을 가졌다.

쟁점은 어업수역의 경계획정 문제로 중국은 양국간 해안선의 길이, 역사.
경제적인 요소를 감안해 형평의 원칙에 따라 설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 배타적 경제수역 체제에 부합되는 중간선에 따라 설정하자고
맞서 왔다.

그러나 양국은 최근 어업실무 교섭에서 각종 쟁점에 대한 이견을 상당부분
해소했다.

상호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수역에 대해서는 일단 과도기적 어업수역으로
설정하고 2~5년이 경과한 후 연안국의 배타적 수역으로 귀속시키는 방안에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

따라서 6년을 끌어온 이 문제는 이번 김 대통령의 방중으로 타결될 가능성
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 4자회담 등 대북정책 협조문제 =내년 1월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
되는 4자회담은 중국과 한국의 대북 공조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자회담 의제가 실질적으로 논의되는 분과위에서 북한은 미국.북한간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 등을 협의하자고 주장할 것으로 보여 정부는
중국이 지난번 3차 본회담때처럼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김 대통령의 방중때 중국의 대북정책 협조를 확실히 약속
받는다는 방침이다.

또한 북한의 개혁.개방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자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을 설득,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케 하는 것도 우리의 외교적
과제다.

<> 기타 =갈수록 늘어나는 탈북자 처리문제와 서해안및 한반도 상공의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에 대한 공동대처도 한.중간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한국정부의 중국인들에 대한 제주도 무비자입국 허용에 대해 중국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는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