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4시 인천국제여객터미널.

중국 단둥과 웨이하이로 카페리가 출항하는 날이다.

3천여평의 터미널 부지에는 수백대의 차량과 보따리 무역상들로 북새통이다.

무역상들은 차에서 물건을 내리자마자 마대자루와 대형 가방에 집어 넣으며
테이프로 동여매느라 정신들이 없다.

"웨이하이에 있는 의류도매상한테 물건을 넘기고 목요일 배로 돌아오게
됩니다.

돌아와서 다시 동대문시장에서 옷가지를 수집하다보면 일주일이 후딱
지나가지요.

이런 생활이 벌써 3년째입니다"

보따리 무역상 김춘한(50)씨의 얘기다.

그는 올겨울이 유난히 추울것이라는 기상예보에 급히 수집한 겨울코트
수십벌을 가방에 나눠담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이날 중국으로 출항하는 배는 오후 6시 출발인데도 화물이 몰려 4시부터
떠들썩한 모습이다.

불황을 모르는 보따리 무역의 현장이다.

IMF이후 무역규모는 오히려 늘고 있는 양상이다.

인천세관 집계에 따르면 작년에는 한달 평균 1만여명이 4백50t의 경공업
제품을 보따리로 중국등지에 수출했다.

그러다 지난 6월 1천60t이 통관돼 처음으로 1천t을 넘어섰고 8월 1천1백75t,
9월 1천6백70t 등 지난해보다 평균 1백60~2백70%가 증가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중국과의 보따리 무역은 초기에만해도 무역마찰을 일으키는가 하면
수출품목에 제한을 받는 등 많은 어려움을 거쳤다.

그러나 이제는 확실히 자리잡은 달러박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들 보따리 무역이 벌어들이는 달러규모는 만만치 않다.

인천항터미널에서 중국으로 출발하는 보따리상들의 물동량은 1주일에
평균 컨테이너 1백개분량.

보통 컨테이너 1개에는 1백개의 보따리가 실리는데 우리돈으로 치면
1억~2억원 사이다.

1년치를 모으면 4억~5억달러가 된다는 계산이다.

보따리무역의 품목은 백화점을 방불케한다.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시장에서 판매하는 할인의류에서 양말 모자 전기밥솥
손톱깎이 위성안테나 등 경공업제품군은 거의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 국내기업이 중국 현지기업에 보내는 원단과 피혁도 가세한다.

이처럼 보따리 하나로 달러를 벌어 들이는 무역상은 한국인과 화교, 조선족,
중국인 등 다양하다.

이들은 동대문시장 등지에 2~3개의 고정거래처를 확보해 두고 국내와 중국을
안방드나들듯 하면서 미리 확보해둔 제품을 싹쓸이 하듯 수집한다.

이들의 무역규모는 5년전만 해도 옷가지 몇벌이나 가전제품 몇종류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기업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케니트레이딩, SDS 등 중국 보따리무역을 기업화한 무역회사들도 하나둘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대해 K무역공사의 임영진(37)씨는 "의류 등 불황으로 급증하는 재고를
무역상들이 소화시키고 있다"며 "보따리 무역은 공장이나 종업원이 필요없어
단독사업으로는 제격"이라고 소개했다.

위동항운유한공사의 오중곤차장도 "보따리 무역은 중국시장 개척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새로짓는 터미널이 하루빨리 완공돼 무역상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손쉽게 무역업무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 인천=김희영 기자 songk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