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국민회의가 집권 여당이 됐지만 몇 년 전만해도 만년 야당이었다.

당시 신참 당직자로 정치인생을 시작한 나에게 선배들은 야당생활의 애환을
"건달"생활에 비유하곤 했다.

"탄압과 투쟁"이라는 고달픈 과정을 견뎌내야 했기 때문.

그러나 "건달"이란 말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볼 여지도 없지 않다.

한자로 써보면 "건달".

"하늘에 통달한 사람"이란 풀이도 가능하다.

국민회의 농구팀은 이런 긍정적인 시각에서 이름을 "건달"("건"강한 개혁의
"달"구지)이라 지었다.

국민과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고 개혁을 향해 쉼없이 달려가는 달구지가
되겠다는 각오였다.

우리 팀은 지난해 가을 만들어졌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대립이 심했던 그 때, 한나라당의 같은 연배 당직자와
얘기를 나누다 우연히 친선 농구경기를 약속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페어플레이를 통해 격의없는 만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서로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당 사무처 게시판에 선수모집 공고를 내자 10여명의 희망자가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민원국의 김갑봉 부장, 양우석 부장, 홍보위원회의 이정민 부장, 김용성
차장, 기획조정실의 이경헌 부장, 정병조 부장 등이 그들이었다.

급조된 팀이지만 그런 대로 손발이 맞았다.

"배나온 특전사"란 별명의 김갑봉 부장을 중심으로 작전을 짜고 팀웍을
다져 나갔다.

승패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공정한 규칙아래 최선을 다했다.

경기가 끝난 뒤 회식자리에서 우리 "건달"은 정식으로 발기했다.

함께 있었던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축하해 주었음은 물론이다.

우리 팀은 매주 금요일 오전 국회운동장에서 정기연습을 한다.

운동 뒤에 아침식사를 꼭 같이 하는 것이 우리들의 철칙이다.

그래서 우린 "한솥밥 농구팀"이라 불리기도 한다.

앞으로 농구를 사랑하는 남, 여 당직자는 물론, 국회의원들도 함께 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더 욕심을 내면 내년쯤에는 다른 정당이나 의원회관 보좌관팀과 친선경기를
펼치는 가칭 "여의도리그"를 만들어 볼까 생각도 한다.

김상호 < 국민회의 원내기획실 부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