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외경제 현안을 풀어가는 수순에는 하나의 방정식이 있다.

유력 언론을 통해 일단 애드벌룬을 띄운다.

이를통해 국내외 여론의 반응을 검증한 뒤 행정부와 의회가 행동에 들어가는
식이다.

국제적으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일수록 이런 방정식이 어김
없이 적용된다.

통상문제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이런 점에서 최근 뉴욕 타임스가 싣고 있는 일련의 보도는 심상치 않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신문은 지난 6일자에 "미국 철강업계가 한국 브라질 러시아의 덤핑공세로
위기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10일자 경제섹션 톱 기사는 미국 중남부 "죽어가는 경제"기사다.

노스 캐롤라이나 등 남부지역의 실물경제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뉴욕 타임스가 밝힌 이유는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저가수출
공세 때문"이다.

섬유 공작기계 광섬유 화학 종이 등 이 지역 주요 산업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덤핑에 밀려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도가 나간지 얼마안돼 미국 상무부는 한국 등의 철강제품에 덤핑예비판정
을 내렸다.

아시아국가들은 수입장벽을 대대적으로 허물어야 한다는 공식발표도 뒤따라
나왔다.

"언론보도"와 "행동"간의 시차가 우연의 일치로만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태경제협의체(APEC)정상회의를 며칠 앞둔 시점이다.

외환위기국가들을 살려야 한다고 외치는 뒤에서 미국은 또다른 "비수"를
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각적인 대비책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 뉴욕 = 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