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간에 진행되고 있는 반독점법 재판이
4주째로 접어들면서 MS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재판이 시작된 후 네트스케이프와 애플, 아메리칸온라인(AOL)
등 경쟁및 협력관계에 있던 업체 관계자들이 잇따라 법무부측 증인으로
나와 MS의 횡포를 재판석상에서 공개했다.

게다가 지난 9일에는 인텔과 컴팩까지 MS를 공개 비난했다.

그동안 MS와 함께 PC시장을 주도하며 혈맹관계를 유지해온 이들 업체가
MS에 등을 보임에 따라 MS가 막다른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인텔의 스티븐 맥기디 수석부사장은 법무부측 증인으로 출석, "MS가 지난
95년 가을 인텔에게 소프트웨어 개발을 중지하도록 모종의 압력을 행사,
중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 기간에 수차례 MS와 전략회의를 갖는 과정에서 MS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인텔의 MMX칩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MS측 인사의 말을 인용, "MS의 시장전략은 일단 업체들을
끌어안아(embrace) 세력을 확장한(extend) 다음에 결국 경쟁업체를
말살시키는(extinguish) 것"이라고 비난했다.

빌 게이츠 MS회장은 비디오 증언에서 이같은 사실들을 강력히 부인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재판을 계기로 그동안 삐걱거리던 MS와 인텔간
"윈텔(Win-tel)진영"이 사실상 와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인텔은 지난달말 MS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유닉스(UNIX)"용으로
새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윈텔진영의 와해가능성을 드러냈다.

또 MS와 인터넷시장에서 경쟁중인 리얼네트워크사 등에도 자사의
특허기술을 제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MS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인텔의
제품개발 단계에 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인텔이 MS의 경쟁업체들을
규합,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와함께 MS 소프트웨어의 최대 기업고객인 컴팩사도 이날 재판에서
"MS측이 애플사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통신업체인 아메리칸온라인(AOL)의 데이비드 콜먼
수석부사장도 "MS의 협박으로 네트스케이프 대신 MS제품을 전용 브라우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MS와 제휴관계를 맺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애플도 매킨토시
컴퓨터용 주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주지 않겠다는 MS의 압력때문에
네트스케이프사와의 제휴를 포기하고 MS사와 손을 잡게됐다고 폭로했다.

네트스케이프는 이같은 컴퓨터 업체들의 반발 여세를 몰아 법무부와
함께 MS의 독점행위 사실을 밝히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관련업체들의 포위로 사면초가(사면초가)에 몰린 MS는 "맞불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MS의 빌 뉴콤 수석부사장은 "네트스케이프사도 지난95년 AOL과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을 피하고 시장을 나눠먹자는 식의 계약체결을 시도했었다"며
"시장분할은 업계의 관행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기기 어렵게 된 재판을 일단 무승부로 이끌고 가자는 전략이다.

MS가 불리안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 미국 법무부 기소내용 ]

<>.네트스케이프 : 인터넷브라우저 시장분할 시도
<>.애플 : 인터넷브라우저 사용 강요
<>.AOL(아메리칸온라인) : 인터넷브라우저 사용 강요
<>.인텔 : 소프트웨어 개발중지 압력
<>.컴팩 : 애플사 제품의 사용금지 압력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