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에게 경험은 소중한 것이다.

회사를 경영한다는 의미는 매 순간 의사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경험이 부족한 최고경영자는 일순간에 회사를 어려움에 빠뜨릴수 있다.

반면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다.

경제학 교과서를 숙독했다고 해서 훌륭한 경영자가 될 수 없다.

요즘처럼 복잡한 경영환경에서 회사를 꾸려가기 위해선 최고경영자가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서 마르티네즈(Arthur C.Martinez) 회장이 위기에 빠진 시어즈로벅사를
구할수 있었던 것도 여러 회사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뉴욕의 한 어류 도매상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뉴욕의 브루클린 공대에서
기계 공학을 전공했다.

그 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마케팅과 국제 경영을 전공했으며 학교를
마친 후 엑슨 케미칼 인터내셔널 페이퍼 RCA 등에서 전략기획 국제 비즈니스
그리고 재무분야의 업무를 담당했다.

마르티네즈는 "이들 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시어즈를 회생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가 유통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미국 일류 백화점인 삭스피프스애브뉴의
최고재무담당자(CFO)가 되면서부터였다.

그는 이 회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92년 에드 브랜넌 시어즈
회장으로부터 스카웃제의를 받았다.

머천다이징 부문을 맡아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시어즈와 인연을 맺게 됐다.

시어즈사의 출발은 1백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네소타주 노스 레드우드의 기차역에서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루이스
철도회사의 대리점을 운영하던 리처드 시어즈는 부업으로 목재 석탄 그리고
시계 등을 팔았다.

시카고로 옮긴 후 앨버 C 로벅과 함께 카탈로그 회사를 설립하면서 오늘날
시어즈의 모태를 이뤘다.

1백여년을 성장해온 시어즈는 80년대말 유통업이 다양한 형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시장을 빼앗기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됐다.

시어즈는 주력업종인 유통업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비관련
분야 사업에 손을 뻗쳤다.

보험 증권 투자 부동산 등으로 진출한 시어즈는 4년동안 무려 39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유통업체인 시어즈가 60년만에 적자를 냈다.

마르티네즈가 시어즈와 인연을 맺은 92년 당시의 시어즈 경영상태는
이처럼 최악이었다.

마르티네즈는 취임 후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카탈로그 사업에서 철수했다.

시어즈가 최초로 시작한 자존심이 걸린 사업이었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리고 수익성이 낮은 1백13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특히 5만명을 해고하는 유통업계 최대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공급업체도 철저히 재정비했다.

26년동안 배터리를 공급해온 존슨 컨트롤즈를 A.C델코와 엑사이드로
바꾸면서 수천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물품인도도 배송료를 지급하는 방식에서 직접 가서 가져오도록 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카고의 1백10층짜리 건물 시어즈 타워에 있던
본사도 외곽으로 옮겼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마무리한 마르티네즈는 마케팅에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선 시어즈의 중심 고객이 누구인가를 철저히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고객을 조사 분석한 결과 시어즈는 자신의 고객을 다시 정의했다.

25세에서 54세 사이의 연평균 3만8천달러의 가계 소득을 갖는 미국의
중산층 주부들을 주고객으로 삼고 이들의 스타일에 맞는 머천다이징을
실시했다.

아울러 자사 상표의 상품을 도입해 매출증대효과를 보기도 했다.

특히 고객들이 다른 회사의 신용카드를 시어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시어즈 동일 점포 매출액증가율이 92년 4%에서
93년에는 9%로 커졌다.

이밖에 유통업 이외의 사업부문에서 손을 뗐다.

93년 투자업체인 딘위터를 정리했으며 95년에는 보험회사인 올스테이트와
PC통신업체인 프로디지에서 철수했다.

콜드웰뱅커 시어즈모기지뱅킹 등도 매각했다.

본업에 역량을 집중해 영업성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위기를 어느정도 넘긴 마르티네즈는 이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

그는 유통업의 사업전망을 썩 밝게 보지 않는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여서다.

"시어즈의 위기극복은 단지 재무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난 것인 만큼 앞으로
기업혁신을 통해 사업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인식에
따른 것이다.

그는 시어즈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디즈니의 에이스너 회장이 미키 마우스를 통해 영화 및 TV물 제작
놀이공원 소매품 제조사업을 벌였듯이 자신도 시어즈 브랜드 이미지를 살려
사업을 꽃피우겠다는 전략이다.

1백10년의 역사를 가진 시어즈, 5백50만명에 이르는 시어즈 신용카드
회원이 또다른 사업을 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아닌 독립점포에서 시어즈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고객에 접근해가려고 한다.

그는 2천년까지 독립점포수를 1천3백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97년 포천지는 5백대 기업을 발표하는 기사에서 시어즈를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가도에 들어선 기업으로 소개했다.

시어즈가 기업혁신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주시해볼 일이다.

< 김철민 AT커니 컨설턴트 seoul-opinion@atkearney.com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