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연구소를 총리실로 일괄 이관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정부출연연구소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에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당초 정부 부처의 간섭을 배제해 연구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돼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이 법안이 오히려 출연연구소의 존립기반을
약화시키고 연구효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출연연구소의 관리구조가
더욱 복잡해지고 연구비 조성도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이에따라 최근 출연연구소장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토론회를 열고 별도 개선안을 마련,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연구회의 위상과 역할이 불분명하다=과학기술부 산하 12개 출연연의
경우 이번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대로 99년 1월부터는 총리실 산하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공공기술연구회등으로 각각 나뉘어
소속된다.

그러나 3개 연구회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어디까지가 기초기술이고 산업기술인지 등에 관한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중복되는 연구영역이 생길 경우 연구회간 이해관계가 대립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감독관청인 총리실에서 예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날 소지도 강해진다.

<>연구 자율성이 저해된다=이 법을 만드는 첫째 목적은 출연연들에
대한 해당 부처의 입김을 배제시켜 연구의 자율성을 키우자는데 있다.

그러나 지금 법률안대로 통과될 경우 출연연은 모두 6개 상급기관의
간섭을 받게 된다.

소속 연구회를 비롯, 총리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획예산위원회,
과학기술자문회의, 각 정부부처등이 그것이다.

이들 상급기관들은 예산배분권과 함께 지도 감독권을 근거로 출연연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 효율성이 떨어지고 출연연구소 존립기반이 약화된다=이 법률안에
따르면 출연연구소들은 특정 연구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서는 모든 부처의
연구자금을 대상으로 다른 연구소들과 공개경쟁해야 한다.

출연연들은 될수록 많은 부처에서 연구자금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백화점식의 연구 프로그램을 나열하게
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

또 정부 부처는 연구용역 발주를 빌미로 출연연에 대한 간섭과 영향력을
키울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이번 법률안은 출연연구소도 기업처럼 성과중심의 "이윤추구
집단"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깔고 있다.

그러나 응용연구보다는 기초연구 성격이 강한 출연연이 성과위주의
경쟁에 몰리게 되면 존립근거가 약해질수 밖에 없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