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부터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6차 정상회의는 향후 APEC이 역내 국가간 협력의 구심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점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아시아 각국이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은지 1년이 되는 상황에서
진행될 이번 회의는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6차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정상들이 논의할 의제는 <>회원국간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위한 15개 분야의 조기 자유화에 대한 구체적 이행계획 <>아.태
지역 금융위기의 원인 및 해소방안 <>올해의 중점사업인 "인적자원개발"과
"미래를 위한 기술이용"분야의 구체적 성과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 등이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아시아의 금융위기 극복 문제다.

이미 각국의 연구소 등 민간단체들은 아시아지역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역내 국가들이 금리를 인하하고 무역자유화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아시아경제 회생안을 APEC에 제출해 놓고 있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에서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기적인 투기자금의 이동에 대한 규제라든가, 국제금융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개편방안, 추가적인 자금지원 문제등도 거론된다.

이번 회의에서 얼마나 심도있고 실천 가능한 대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세계금융시장의 상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어 국제금융시장이 주목
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은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회원국의 국내 정책 점검이
필요한지 여부도 검토하게 된다.

또 금융위기에 따른 삶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사회보장 제도 확충의 필요성
, 시장개방과 투자환경 유지의 중요성 등에 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이같은 논의를 거쳐 아태지역 공동체 기반을 강화하고 현재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APEC 행동계획을 공동선언문에 담을 계획이다.

아시아 여러 나라들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아시아 위기극복을 위한 청사진
이 제시될 경우 현재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하고 있다.

또한 APEC이 명실상부한 역내 국가간 협력의 구심체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
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특히 유럽연합(EU), 남미공동시장(Mercosur),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 등 세계 각 지역의 블록화 추세에 맞설 수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
의 안전판을 마련하는 의미도 더불어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적 바람과 달리 현실은 낙관을 불허하고 있는 것도 사실
이다.

특히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단기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방법을 놓고
이견이 대두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의후 발표되는 공동 선언문에 포함될 국제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와
관련, 투기성 자본의 국가간 이동을 원천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본이동 자체를 규제할 수 없으나 불법적인 투기자본이나 투기자본의
급격한 유.출입만 규제하자는 견해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의의 또하나 관심은 APEC내에서의 무역및 투자자유화가 본궤도
에 오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해 밴쿠버 정상회의에서의 15개 분야에 대한 조기자유화(EVSL)에 대한
합의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는 우선 9개분야에 대한 무역.투자자유화를
99년부터 실행에 옮기자는 결의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또 정상들은 국가별 개별실행계획(IAP)이 무역.투자 자유화의 요체라는
점도 강조하고 이를 점검할 계획이다.

그러나 태국등 일부 국가가 무역자유화 문제를 이번 회의에서 검토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도 임.수산물의 관세는 철폐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반면 최근 무역적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각국의
시장개방 일정을 더욱 앞당길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6차 정상회의의 색다른 관심사중 하나는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논쟁이다.

공식논의 주제는 아니지만 정상회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데다 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 정책결정의 방향타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모토아래 새로운 아시아 발전의
길을 모색하는 김대중대통령과 리콴유의 후계자인 고촉동, 김 대통령과
정반대의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간의 논쟁은 아시아
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는 또 APEC 활동에 민간참여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96년 정상회의의 상설 자문기구로 설립된 APEC기업인
자문회의(ABAC)와 정상들간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ABAC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의 조치는 물론 역내국가들의 공동 대처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정상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상회의에서는 또 민간 기업들의 APEC참여가 긴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민간기업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정상들은 이와함께 21세기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과학기술분야의 기초를 강화하기 위해 21세기를 위한 과학.기술.
산업협력문제를 의제로 승인할 예정이다.

특히 역내의 광범위한 합의를 바탕으로 세계무역기구(WTO)차원의
정보기술협정(ITA)을 성사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던 APEC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전자상거래의 기반이 되는 아.태정보통신기반(APII)사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APEC 98년 정상회의에는 러시아가 회원국으로 처음 참가한다는 점과
내년이 창설 10주년이 된다는 점에서 향후 APEC의 발전 전망과 관련된
진전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국내의 구조조정 노력과 무역.투자자유화의
진척과정을 회원국에 알리고 무역.투자자유화 의지를 설명함으로써
국가 신인도 회복의 유용한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 특별취재반 : 이성구 김용준(정치부) 이동우 정구학 유병연(경제부)
이정훈 임혁 김수찬 한우덕 조주현 김혜수 박수진(국제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