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지역별 세력불리기 싸움이 거세다.

미주에서는 남북아메리카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가 오는 2005년 출범한다.

유럽에선 내년부터 11개 나라에서 똑같은 화폐가 통용된다.

기존의 경제블록들도 서로 연합체를 구축하거나 합병해 덩치를 더 키우고
있다.

세계경제가 위기의 수렁속에 빠져 있는 가운데 지역별 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경제공동체 창설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역블록화가 태동한 요인은 크게 2가지.

하나는 이웃한 나라끼리 자유로운 무역을 보장해 시장을 키우자는 것.

경제규모를 키운 뒤 여기서 발생하는 시너지효과로 함께 발전하자는
구상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패권주의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출범등 자유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이해가 일치
하는 국가들끼리 힘을 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자유무역주의가 확산될수록 더 거세질 전망이다.

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방으로 국가간 무역장벽이 없어지는 반면 그 반작용
으로 지역별 편가르기가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FTAA처럼 규모를 대륙단위로 키우거나 유럽경제통화 통합과 같이 "단일경제
국가"를 추구하는 것에는 모두 국제경제의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야심이
숨어있다.

<>.미주 =2개의 지역블록이 대표적이다.

북미의 NAFTA와 중남미의 메르코수르다.

NAFTA는 지난 94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맺은 자유무역협정.

그해 말 터진 멕시코 페소화폭락사태로 위기에 몰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완전한 자유무역지대로 자리잡았다.

NAFTA 출범후 다국적 기업들이 몰려있는 멕시코 마킬라도라 지역에서는
72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특히 아시아로 빠져나갔던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값싼 멕시코의 노동력과
미국이라는 수출시장을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로 몰려들었다.

미국산 부품및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멕시코에서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미국으로서는 NAFTA 덕에 캐나다와 멕시코와의 무역적자가 감소하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득을 보고 있다.

NAFTA가 북미의 지역블록이라면 메르코수르는 중남미의 경제블록이다.

지난 91년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4개국을 회원국으로
해 만들어졌다.

창설 당시 회원국간 역내 교역액은 연간 70억달러 수준이었으나 95년에는
1백58억달러로 급증했다.

관세철폐등 과감한 경제자유화 조치 덕분이었다.

96년에는 칠레가 합세,회원국이 5개로 늘어났다.

NAFTA와 메르코수르는 그러나 오는 2005년에 사라지게 된다.

쿠바를 제외한 미주 34개 나라는 그때까지 FTAA를 창설키로 합의한 상태다.

FTAA는 경제규모만 13조달러나 되는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이 된다.

FTAA가 정식으로 발족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에 몰리던 해외투자가 남미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또 잠재력이 높은 남미국가들이 최대시장인 미국에 대해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은 큰 위협을 받게될 전망이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EU와 미주대륙간의 경제 주도권잡기 싸움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아시아의 지역블록으로 대표적인 것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아세안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10개국을 회원국으로 거느린 동남아 지역
의 국가연합이다.

아세안은 오는 2000년 자유무역체제인 동남아자유무역지대(AFTA)로
확대 발전될 예정이다.

중국 인도 등이 경제개발을 본격 추진하면서 커다란 위협요소로 등장하고
있는데 대한 견제책이다.

아세안의 특성은 무엇보다 회원국의 다양성에 있다.

싱가포르처럼 일정 궤도에 오른 국가부터 베트남 라오스등 후진국까지
회원국의 경제수준이 다양하다.

이같은 특성이 활발한 역내 분업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세안은 최근 한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경제협력체 구성을 제안,
탈동남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경제공동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한국 일본 호주 미국등 태평양 연안의 21개 나라들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는 경제협력체다.

회원국 수로는 지역공동체중 최대다.

오는 2006년까지 무역을 자유화하는 한편 환경상품과 서비스 관세도 제거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단순한 경제공동체에서 벗어나 준 지역경제블록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유럽 =EU라는 강력한 경제블록이 버티고 있다.

블록화의 단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지역이다.

특히 내년부터 11개 나라가 유례없는 단일화폐를 사용하기로 돼 있어
단순한 경제블록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유럽이 EU 출범으로 거대한 단일시장을 만들어냈다면 내년 유러화의 사용을
계기로 "단일 경제국가"의 깃발을 올리게되는 셈이다.

물리적 통합에 이어 화학적 통합이 시작된 것이다.

유러화 출범은 국제경제 질서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대사건이다.

새로운 경제대국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세력으로 등장,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경제블록들과
패권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현재 준회원국인 헝가리 폴란드등 동유럽국들이 21세기 초 정회원이
될 경우 회원국 수가 지금의 15개에서 30여개로 대폭 늘어난다.

더구나 남미 최대 경제블록인 메르코수르와는 오는 2005년까지 자유무역지대
를 창설키로 합의해놓은 상태다.

아시아.유럽정상회담(ASEM)을 통해 아시아와의 정치 경제적 유대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남아프리카공동시장을 겨냥해 남아공과 자유무역협정
도 맺어 놓았다.

<>.아프리카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가 대표적 블록이다.

SADC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 짐바브웨 등 12개국을 회원국으로
지난 96년 출범했다.

오는 2002년까지 역내 관세및 비관세 장벽을 점진적으로 철폐, 자유무역지대
를 만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남아프리카관세동맹과 동아프리카공동체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 등도 결성돼
있다.

특히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은 케냐 우간다 등 20개국이 참여한 아프리카
최대의 경제동맹이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대륙이 SADC와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을 중심으로 한
2개의 자유무역지역으로 양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