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회의에서 이해 당사국들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분야중의
하나가 농.림.수산물이다.

미국 호주등 농.림.수산물 수출국가들은 조속한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일본 한국과 개발도상국들은 약간의 입장차이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시장개방에 부정적이다.

이때문에 이번 APEC회의 의제중 농.림.수산물분야에서는 아무런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APEC회의가 협상회의가 아닌 만큼 UR협상에서 정해진대로
2004년까지 일정에 따라 개방할뿐 조기자유화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농.림.수산물의 조기자유화는 득보다 실이 많다게 정부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번 APEC회의에서 굳이 극렬반대국으로 보일 필요가 없는 만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이번 APEC에서 조기자유화 논의에 부쳐질 분야는 임산물 수산물 농산물 등
세가지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이 세분야중 임산물의 일부 세부품목을 제외한 다른 품목의
시장개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취할 계획이다.

농.림.수산물과 관련된 국내 산업이 대부분 취약하기 때문에 조기시장개방
은 안된다는 논리다.

또 IMF위기에 따른 농업기반의 몰락을 집중 부각,조기자유화국가를
설득하겠다는 생각이다.

우선 임산물의 경우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미국 캐나다등 목재 펄프 종이
가구분야 수출국들이 조기시장개방화의 나팔을 불고 있다.

이들은 펄프 종이 인쇄물품목의 관세는 99년말까지, 목재 죽제품 가구품목
의 관세는 2001년까지 철폐하고 신축성조항에 따라 개도국에 한해 2년간
연장하자고 반대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도 2004년까지 관세를 철폐할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반해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 4개국은 품목별로 조기자유화를
유보하거나 아예 조기자유화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중 우리나라는 목재분야에 특히 신경을 써야할 입장이다.

국토의 65%가 산지(산지)이지만 목재자급률은 4%에 불과하다.

목재산업의 기초원자재인 원목은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국내 임업과 목재산업을 위해 정부는 침엽수제재목 섬유판 등
26가지품목의 조기자유화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이다.

특수합판은 국내 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만큼 산업보호를 위해
이행기간 관세율조정 등에서 최대한 신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회원국중 가장 많은 26개품목에서 불참을 표명한
상태여서 회원국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수산물 역시 신축성규정을 가능한한 활용한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48개품목에서 불참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수출국들의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본과 대만이 UR합의와 WTO가입을 이유로 불참하고 중국이 21%의
품목을 자유화대상에서 제외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코너에 몰려있는
것은 아니다.

불참을 명시한 오징어 명태 민어 낙지 갈치 넙치 조기 돔 홍어는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최대한 신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보조금분야는 APEC이외에 OECD에서도 감축을 추진중이어서 정부는
신경을 쓰고 있다.

정부는 보조금 폐지와 감축에 따른 수산업분야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조조정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산물분야에서 우리나라는 99년에 시작될 WTO차기협상에서 다루자는
입장이다.

농촌은 현재 외환위기로 환율과 금리가 상승,농가의 파산과 부채급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조기자유화는 안된다는 논리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점을 충분히 설명,회원국등을 설득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미국 호주 캐나다 등 농산물수출선진국들의 압력이 거셀
전망이다.

미국은 APEC참여로 예상되는 전체이익중 75%가 농업부문에 쏠려있다.

그만큼 농산물부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쌀 밀 등 주곡과 사료곡물 축산물 등 벌크농산물은 자유화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지만 식품분야중 가공식품 과일 채소 맥주 포도주와 유지작물중 콩 참깨
유채 동식물성유지 등은 대상품목에 포함돼있다.

이들 품목에 대해 전면불참을 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IMF위기라는
카드를 최대한 활용, 불참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