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태평양의 하늘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대부분의 APEC회원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성장률이 플러스인
나라도 수치는 갈수록 둔화추세다.

"태평양 시대가 열린다"는 얼마전의 구호는 "아시아를 본받지 말라"로
바뀌었다.

APEC회원국중 올해 플러스 성장세를 보일 만한 국가는 아시아권에서는
그나마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중국 대만 등 극소수다.

최근 각종 연구단체들의 전망치를 분석하면 아시아권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최악의 상황을 경험할 것이 분명하고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다소간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상황이다.

만일 다른 돌발적인 악재가 생긴다면 이 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

와튼경제연구소(WEFA)의 세계경제 시나리오 중 비관적 상황을 보면 세계
경제는 내년에 0.2%의 제자리 성장을 보인다음 2000년에나 1.2%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아시아는 이제 고비를 넘긴 것인가.

주가와 환율의 안정세가 지속되고 디플레도 서서히 바닥을 넘어서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호전인가.

아직 정리하지 못한 부실금융과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이 또다시 발목을
잡을 것인가.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요 회원국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상황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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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초 세계 금융가는 모하마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터뜨린
잇단 "대형사고"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외환거래를 통제하는 등의
비상조치를 선포했던 것이다.

국가경제 붕괴에 직면한 말레이시아정부로선 마지막 승부수였다.

그후 2개월이 지난 지금 마하티르 총리의 "극약처방"은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백선에서 맴돌던 종합주가지수는 외환통제 조치후 줄곧 상승, 5백선에
육박하고 있다.

통화가치도 어느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초강경 자구책을 감행하게
된 것은 IMF식 개혁정책이 아시아경제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
였다.

이처럼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을 되찾았으나 전체 경제는 여전히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다.

작년 7.8%이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상반기에 마이너스 4.8%로 크게 떨어졌다.

하반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성장률은 마이너스 5%내외를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측은 내년에는 성장률이 5%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측 전망을 일축한다.

금융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경기회복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고금리와 유동성 부족등 경기악화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물가 상승과 경상수지적자확대, 은행의 부실채권급증 등으로
경제가 통제불가능한 사태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