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지구궤도를 향했던 77세의
최고령 우주비행사 존 글렌 상원위원.

필자는 지구를 1백44바퀴 돌면서 실험을 마치고 귀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미래에 대한 설계와 희망보다는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할 나이에 우주비행에
재도전한 그의 용기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특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탐구심은 우리들에게 소중한 교훈
을 깨우쳐 주고 있다.

입시의 중압감에서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는 학생들,
조그마한 어여룸도 이겨내지 못하는 나약한 젊은이들, IMF관리체제 아래서
가장의 책임을 포기한 채 가출해 길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존 글렌의 용기는 더욱 돋보인다.

일찍이 환상의 시인 사무엘 울만은 나이 80세에 펴낸 그의 시 "청춘"(원제
:80년 세월의 꼭대기에서)에서 "청춘이란 강렬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물리
치는 모험심을 말한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
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고 노래했다.

나이 70을 넘어도 글렌과 같이 희망과 용기를 갖고 있으면 청춘이요, 20대
라도 희망을 잃고 좌절하면 나약한 노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시는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나약함 좌절 침울함을 털어내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던 때의 열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 인생에 대한 즐거움으로 우리의
가슴을 가득채운다면 오늘의 경제위기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존 글렌 의원은 남의 나라 사람이긴 하지만 그의 도전정신과 왕성한 정열은
동서양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 DTkim@MAF.g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