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 삼성 대우 LG SK등 5대그룹에 속한 33개 계열사에
대해 또 2백9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고 한다. 지난 7월 부과된 7백4억원을
포함, 5대그룹은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 모두 9백13억원의 과징금을 내야하게
된 셈이다. 공정위가 2백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부당내부거래에는 <>건설
공사대금을 늦게 받은 것 <>은행 특정금전신탁에 예탁해 계열회사 후순위채권
또는 기업어음을 매입한 것 등 지난 1차때 과징금을 매겼던 유형외에 <>다른
그룹 증권회사와 회사채를 교환해서 발행한 뒤 이를 맞바궈 인수한 것등이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두차례에 걸친 5대그룹 내부거래조사에서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한
계열사 자금지원등을 밝혀내는데는 금융실명법을 내세워 자료제출을 거부한
일부 은행의 비협조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주장,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계좌
추적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내부거래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 같은 그룹내 우량회사가
부실계열기업을 부당하게 지원하는 것은 결국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그러나 공정위의 두차례에 걸친 과징금부과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같은
계열이 아니더라도 비일비재한 건설공사대금 지급지연이 과연 과징금을
부과해야 할 부다내부거래인지 의문이다.

기업어음매입도 마찬가지다. 시장 실세금리가 아닌 낮은 금리로 인수했다면
당연히 부당 내부거래다. 그러나 가격(금리)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단기여유자금이 있어 이를 기업어음으로
운용키로한 경우라도 같은 그룹에 속한 회사의 것을 사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아니할수 없다.

계열회사간 거래는 모두 부당내부거래라는 식의 획일적 판정은 곤란하다.
지금까지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조치가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룹에 속한 증권회사간 회사채 주간사업무를 교환한뒤
회사채를 맞바꿔 인수하는 관행이 잘못이라 하더라도, 이를 못하도록하려는
계도조치나 유예기간도 없이 과징금부터 물리는 것은 경제행정의 보편적
절차에 어긋나는 것이 분명하다.

기업들의 어려움이 어느때보다 심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9백억원의
과징금이 상식적으로 온당한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선진국들도
공정거래정책은 특히 경기상황을 봐가며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공정위에 계좌추적권을 부여하는데도 반대한다. 그것 없이도
1,2차조사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꼭 필요성이 있는지도 의문이고,
그렇지않아도 문제가 있는 예금자비밀보호에 또하나 구멍을 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모든 정책은 타이밍과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공정위의 의욕은
높이 평가하지만, 바로 그런 시각에서 스스로 되될아봐야할 점 또한 없지
않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