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에 이어 일본과도 쌍무적인 투자협정을 체결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개방경제 체제하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외국과의 자본및 기술교류 확대가 불가피하고, 특히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외자유치의 필요성이 더욱 적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국제협정이나 조약이 그렇듯 체약당사국들에게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에서 그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져야만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수 있고
실효성있게 집행될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17일과 18일 이틀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속개될 한미투자협정체결을 위한 3차 실무협상에 대해 관심을
갖지않을수 없다.

한.미 양국은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한뒤 두차례의
실무협의를 가졌으나 견해차가 커 내용합의에 실패했다.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내용은 여러가지이지만 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3가지가 핵심이다. 외환거래의 완전 자유화, 미국 투자기업에 대한 일체의
국산제품 구입의무 부과금지, 국제기구에서의 분쟁조정등이 그것이다. 예컨대
국제수지악화등 비상시에 일시적으로 취할수 있는 외환통제에 대한 안전장치,
즉 세이프가드 조항까지도 인정할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국산제품 구입의무 부과금지는 다름아닌 극장의 국산영화상영 의무비율
(스크린 쿼터)제도와 담배제조회사의 국산 잎담배 구매의무제도를 없애라는
얘기다. 우리입장에서 보면 시장경제논리만으로 해결할수 없는 문화.사회적
판단이 불가피한 사안들이다.

특히 정상회담의 합의내용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너무 조급하게 서두를
일은 아니다. 정부설명대로 투자협정이 체결되면 우리의 외환위기 극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는 이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외국인
들의 직접투자가 크게 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보장제도의 미비라기
보다 불투명한 국내경쟁 상황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당장 투자증대
효과가 크게 나타나리라는 기대도 무리다.

반면 지나치게 형평에 어긋나는 내용으로 타결될 경우 두고 두고 우리
경제정책운용에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도 유의해야한다.
미국과의 쌍무협정이라고는 하지만 여타 선진국들도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경제 규모와 수준, 그리고 주어진 여건과 환경에서 차이가 큰
한국에 대해 자신들 수준에 걸맞는 제도를 강요하는 것은 아무리 명분이
그럴듯하다 하더라도 경제적 약자인 우리로서는 그 자체가 부당한 압력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물론 우리 스스로 국제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과감한 개방조치를 솔선해야
하겠지만 양보할수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지켜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일본과의 투자협정체결도 결코 예외일수는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