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피엘라이지오의 경영에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당신 계획
대로 회사를 운영하십시오. 대신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언제든 요청하십시오"

천안에 본사를 둔 오피엘의 박종철 사장이 지난 6월 라이지오와 합작계약을
맺으러 핀란드 라이지오 본사를 방문했을 때 이 회사 최고책임자로부터 들은
소리다.

박 사장은 귀를 의심했다.

지분비율면에선 50대 50으로 오피엘과 라이지오가 대등하지만 양사는 규모나
조직에서 차원이 다른 회사다.

종업원이 오피엘은 45명인 반면 라이지오는 2천8백명에 이른다.

매출은 오피엘이 연간 1백억원이라면 라이지오는 1조2천억원규모다.

생산제품의 다양성이나 조직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라이지오는 유럽최대의 제지 및 환경약품업체.

전세계 14개국 35개 지역에 현지법인을 둔 다국적기업이다.

당연히 라이지오가 경영권을 쥐고 모든 사안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전혀 뜻밖이었다.

게다가 오피엘라이지오는 이제 활동범위가 한국에서 벗어나 아시아를 총괄
하는 제지 및 환경약품업체로 발돋움해야 하지 않는가.

라이지오는 그만큼 박 사장을 신뢰했다.

박 사장이 비록 고졸출신이었지만 라이지오는 그를 20년동안 이 분야에서
쌓은 실력과 경영능력 성실성을 십분 인정하고 있었던 것.

박 사장은 이런 라이지오의 조심스런 경영방침에도 불구, 라이지오의 첨단
기술력과 조직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회계 영업 기술관련 직원들을 모두 라이지오에 보내 교육받게 하고 있다.

국내 직원의 어학실력 향상을 위해 라이지오 직원을 파견받아 공부시키고
있다.

어학과 기술을 동시에 습득시키고 있는 것.

오피엘라이지오는 몇가지 조용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생산품목을 대폭 늘리는 것.

오피엘이 생산해왔던 제지약품과 환경약품 이외에 라이지오가 생산하는
품목을 추가하기 위해 천안공장 증설공사를 하고 있다.

총 40억원이 투입되는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지분방지제 고분자응집제 등
첨단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또 국내에 국한된 영업범위를 아시아 전역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이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등지로부터 제지와 환경약품의 주문을 받은
상태.

이는 라이지오의 글로벌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온 것.

이에따라 내년 수출이 올해의 10배가 넘는 5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
하고 있다.

라이지오는 아시아에만 4개의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공장은 특정 업체에 납품을 겨냥해 설립한 것.

오피엘라이지오처럼 아시아 전역을 염두에 둔 회사가 아니다.

그만큼 오피엘라이지오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일본조차 이 분야의 기술은 뒤떨어져 있는 만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 김낙훈 기자 nhk@ >

-----------------------------------------------------------------------

<> 설립 = 98년7월
<> 지분 = 오피엘 50%, 라이지오(핀란드) 50%
<> 종업원 = 45명
<> 본사 = 서울 서초동
<> 공장 = 천안
<> 생산품목 = 제지 및 환경약품(지력증강제 탈묵제 클리너 등)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